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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삶

122_Nostalgia by Jung Ji-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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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를 발표하기에 앞서 1927년 3월,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시, 『향수』를  『조선지광(朝鮮之光)』 65호에 발표합니다. 이것은 다시 『정지용시집(鄭芝溶詩集)』(1935)에 수록되었죠.

 

http://encykorea.aks.ac.kr/Contents/Item/E0062938

 

향수(鄕愁)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1927년 3월『조선지광(朝鮮之光)』 65호에 발표되었고, 작자의 제1시집 『정지용시집(鄭芝溶詩集)』(1935)에 수록되었다. 이 작품은 주권과 국토는 물론, 민족과 그 혼의 상징으로서의 국어마저 핍

encykorea.aks.ac.kr

 

오늘은 시를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한글 원문을 먼저 보시고 영시를 보겠습니다.

 

향수(鄕愁)/ 정지용

 

넓은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

 

――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워 고이시는 .

 

――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

 

――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傳說) 바다에 춤추는 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

 

――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

 

――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https://jaypsong.blog/2011/11/07/nostalgia-by-jung-ji-yong/

 

Nostalgia by Jung Ji-yong

Translated by Chae-Pyong Song and Anne Rashid Nostalgia by Jung Ji-yong (1902-1950) This is the place where, toward the eastern end of that vast field, the small brook that babbles old stories turn…

jaypsong.blog

 

 

Nostalgia

 

The place where a rill, babbling old tales,

Meanders on eastward toward the end

of a broad plain

And a mottled bull ox lows

In dusk's plaintive tones

of golden indolence-

 

Could it ever be forgotten, even in one's dreams?

 

The place where ashes grow cold in a clay brazier

While over empty fields the sound of the night wind

drives the horses

And our aged father, overcome with drowsiness,

Props his straw pillow-

 

Could it ever be forgotten, even in one's dreams?

 

The place where I got drenched

in the rank weeds' dew,

Searching for an arrow recklessly shot

In the yearning of my earth-bred heart

For the sky's lustrous blue-

 

Could it ever be forgotten, even in one's dreams?

 

The place where little sister, dark earlocks

Flying like night waves dancing in a fairy-tale sea,

And my wife, not pretty but passable

and all the year barefoot,

Bent their backs to the sun's tingling rays and

gleaned ears of grain-

 

Could it ever be forgotten, even in one's dreams?

The place where sprinkled stars

wend their way in the sky

Toward sand castles just beyond our ken,

While beneath drab roofs,

hoary crows cawing past,

People sit, softly murmuring,

round the faint firelight-

 

Could it ever be forgotten, even in one's dreams?

 

https://www.poemhunter.com/poem/nostalgia-157/#content

 

Nostalgia Poem by Jeong Ji-Yong - Poem Hunter

Nostalgia Poem by Jeong Ji-Yong. Read Jeong Ji-Yong poem:The place where a rill, babbling old tales, Meanders on eastward toward the end of a broad plain.

www.poemhunter.com

 

포임헌터에 소개되어 있는 이 시는 찾아보니 코리아넷이라는 사이트에도 같은 버전으로 소개가 되어있습니다. (http://www.korea.net/NewsFocus/History/view?articleId=134151) 여기에선 손지나(Son Gina)라는 분이 글을 쓴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게 외국인들이나 교포들을 대상으로 정지용을 소개한 것인지, 향수라는 시를 직접 번역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 사이트에 있는 번역본은 오타가 더러 있는데, 포임헌터에는 오타가 없어서 포임헌터 걸로 소개해 드립니다.

 

 

South Korea figure: The poet Jeong Ji-yong : Korea.net : The official website of the Republic of Korea

“The place where a rill, babbling old tales, Meanders on eastward toward the end of a broad plain...” This is the beginning of “Nostagia.” It expresses longing for the homeland and orientation toward paradise. It is also the lyrics to a song that K

www.kore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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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로부터 광복으로 향하며 정지용은 시를 바라보는 시각도 조금 변하는 것 같아요. “시와 문학에 생활이 있고 근로가 있고 비판이 있고 투쟁과 적발이 있는 것이라고 산문”(1949)에서 이야기하거든요. 이 책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해방 후 정지용은 시보다는 산문을 주로 씁니다. 이 시기에 쓴 시가 총 14편에 불과하거든요. 그런데 서정시학에서 발간한 정지용 전집에는 65편의 번역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거기에는 우리가 이미 일부 읽어 본 타고르의 기탄잘리일부,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5, 월트 휘트먼의 시 13편이 포함되어 있고, 나머지는 모두 종교시를 번역한 것이라고 합니다.

 

정지용은 1938년 휘트먼의 시를 처음 번역해서 발표합니다. 특히 해방 이후 1947년 경향신문에 실었던 휘트먼 번역시는 다시 수정해서 1949산문에 다시 수록했고, 같은 해에 세 편의 휘트먼 시를 더 번역합니다. 왜 휘트먼을 번역했는가에 대한 소감을 직접 들어보세요. “산문머릿말에서 이렇게 소감을 밝히네요.

 

휘트먼 시 몇 편을 내가 반드시 신이 나서 번역한 것이 아니라 휘트먼 당시의 휘트먼 시적 심경을 8/15이후에 나도 이해할 수 있어서 눈물겨운 사정으로 번역한 것이다.”

 

눈물겨운 사정은 우리도 일본으로부터 독립해서 휘트먼이 노래한 것에 크게 공감하며 감격했다는 것일까요, 아니면 독립 민주국가를 수립한 미국을 노래한 휘트먼이 그냥 너무 부럽기만 하다는 뜻일까요? 아마도 후자였던 것 같습니다. 해방의 감격을 품고, 휘트먼처럼 나의 노래라든가 나는 미국이 노래하는 것을 듣는다와 같은 노래를 불렀어야 하는데, 그럴 틈도 없이 열강들 사이에서 남과 북으로 갈라져 남쪽에만 단독정부가 수립되는 과정을 보며, 좌우가 갈리며 한 민족 안에 분열이 생긴 상황에 더 없이 크게 낙담을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후의 행적이야 월북작가로 알려져 결국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졌던 시인이었지만, 그가 휘트먼의 번역에 그리도 신경을 쓴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가 주권을 가진 민주국가로 우뚝 서기를 바랬던 것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 이 시대를 살고 있다면, 그래서 세계 속의 우뚝 선 자유민주국가 대한민국의 위상을 본다면 아마 휘트먼 이상의 노래를 부르지 않았을까 싶어요.

 

아무튼 시인은 역시 모든 것을 시로 이해하고, 시로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시인이 되었겠죠. 이동원과 박인수가 함께 부른 향수를 듣는 것으로 정지용을 마치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GYZbRNVOh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