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가 함께 읽을 시는 고 장영희 선생(우리가 몇 번 번역자로 봤었던 분이죠!)께서 살아 생전에 자주 인용했던 작품이라고 알려진 디킨슨이 사랑을 노래한 시,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내가 만약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입니다.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 Emily Elizabeth Dickinson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I shall not live in vain;
If I can ease one life the aching,
Or cool one pain,
Or help one fainting robin
Unto his nest,
I shall not live in vain.
https://dailypoetry.me/emily-dickinson/if-stop-heart-breaking/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I shall not live in vain; If I can ease one life the aching, Or cool one pain, Or help one fainting
dailypoetry.me
만약 내가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 에밀리 E. 디킨슨
만약 내가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만약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쓰다듬어 줄 수 있다면,
혹은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혹은 기진맥진 지친 한 마리 울새를
둥지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http://www.koreatimes.com/article/923514
만약 내가 - 미주 한국일보
미주 1등 정상의 신문 미주한국일보가 생생한 미국 관련 뉴스를 전달해 드립니다.
www.koreatimes.com
오늘 이 시는 어떤 삶이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에밀리 디킨슨의 답변을 노래합니다.
이 시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는 “one하나”입니다. 네 번 나옵니다. 그렇게 사소한 일 하나만이라도 할 수만 있다면… 그러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I shall not live in vain.” 이 문장은 두 번 반복됩니다.
결국 이런 반복적인 표현을 통해 강조하는 것은 “인생을 살며, 사소한 도움 단 한가지라도 누군가에게 줄 수 있다면 그 인생은 헛되지 않다”는 것이죠. 그런데 도움을 주는 대상이 사람으로부터 울새로 확장됩니다. 남녀간의, 친구간의, 부모자식간의 사랑을 넘어서 생명외경사상까지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얼마나 숭고하고 따뜻한 사랑인가요!
하지만 디킨슨의 삶이 너무나 고독했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얼마나 이런 삶을 간절히 바랬기에…”라고 뒤집어 생각해 볼 수 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것 조차 하지 못한다면 내 삶은… 내 삶은 전혀 의미가 없는 것 아닐까? 제발… 누군가, 아니 무엇이든지 간에 내가 아주 작은 도움이라도 베풀 수 있다면…”하고 바랬던 거죠. 너무 애잔하지 않나요? 할 줄 아는 일이 오로지 앉아서 시를 쓰는 것 밖에 없었던 고독했던 시인이 자기의 삶을 부정하지 않기 위해 너무나도 간절히 염원했던 외침으로 들리지 않나요?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직역하면 “누군가 마음이 부서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입니다. 부서지면 다시 붙일 수 없기에 막아야죠, 미리. 그런데 어떻게 하면 되죠?
Ease the aching 아픔을 쓰다듬어 줄 수 있다면:
직역하면 “쓰라림을 덜어 준다”는 의미입니다. 쓰라림은 무거워 쓰러질 것 같고 너무나 견디기 어렵죠. 그러니 덜어 줘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어디에, 아님 어떻게 덜어 줄까요?
Cool the pain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직역하면 “고통을 식힌다”는 의미죠. 고통은 너무나 뜨겁고 너무나 열이 나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겠죠. 그러니 마땅히 식혀줘야죠. 그런데 뭘로, 어떻게 식혀 줄까요?
Or help one fainting robin Unto his nest 혹은 기진맥진 지친 한 마리 울새를 둥지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
직역하면 “기절한 울새를 둥지까지 도와줄 수 있다면”입니다. 당연히 생명을 살리려면 둥지로 되돌려 보내야겠지요. 그런데 어떻게요?
사실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기는 했지만 막상 “어떻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답이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선뜻 대답하기가 망설여지고, 그렇기 때문에 어렵죠. 누구를 도우려다, 위로하려다, 고통을 나눠 지려다… 의도는 좋았는데… 망친 적이 몇 번씩은 다 있으시잖아요!
개인적으로는 이 시의 백미는 5~6행인 것 같아요.
Or help one fainting robin
Unto his nest
(순전히 주관적인 의미에서 그렇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냥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 시를 읽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봐 주세요.)
앞에서의 삶의 의미에 대한 갈망은 다 한 줄로 표현됩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두 줄로 나눴습니다. 쉬운 설명은 음절수가 길어져 행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가장 긴 1행과 3행이 9음절인데, 5행과 6행을 합치면 11음절이 되거든요. 그러니 쪼갠 것이죠. 아주 무난한 설명입니다.^^
하지만 다른 설명도 가능할 것 같아요. 이렇게 두 줄로 나눠 쓰면서 6행을 시작하는 전치사 “Unto”가 대문자가 됩니다. 보통 문장의 첫 글자 빼고 문장 속에 사용된 단어들은 고유명사가 아니라면 대문자로 쓰진 않죠. 그래서 “디킨슨이 왜 이 단어를 대문자로 더 강조했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보통은 이런 식의 표현을 할 때, “unto”(언투, …[에게]로)가 아니라 “into”(인투, …안[속]으로)를 쓰거든요. 둥지 안으로 돌아가는 것이니까요. 그런 의미로만 이 부분을 다시 쓰면, “혹은 기진맥진 지친 한 마리 울새를 자기 둥지에 놓을 수 있다면 Or put(place) one fainting robin into its nest”라고 표현하는 게 맞죠. 11음절로 길이도 더 길어지지는 않구요.
그런데 “unto언투”는 “..[에게]로”라는 공.간.적. 의미도 있지만 “…때까지”라는 시.간.적. 의미도 있습니다. 중의적이죠. 동사도 직접 옮겨놓는다는 의미의 “put”이나 “place”가 아니라 하도록 도와준다는 “help”를 썼죠. 이런 식으로 연결시켜보니, 정신을 잃은 울새가 정신을 차리고 스.스.로. 자기 둥지 안으로 되돌아갈 때.까.지. (끝까지) 돕.겠.다.고 말하는 것 같이 읽힙니다. 그러면 시인이 말하는 삶의 의미를 주는 도움이 무엇인지에 대해 처음 읽을 때에 비해서는 조금은 다른 느낌이 오지 않나요. 너무도 섬세한, 그래서 너무도 조심스러운, 하지만 결코 돕겠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고 늘 도울 준비를 하고 있는 티가 전혀 나지 않는 그런 도움이죠. (느낌을 강요하는 중입니다.^^)
궁극의 해결책은 남이 아닌 스.스.로.에게서 비롯되는 것이기에, 직접 돕고 싶지만 끝까지 지켜보며 누군가의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막아주고, 아픔을 쓰다듬어 주고, 고통을 가라앉혀 주고 싶어하는 그 마음. 그러니 오랫동안 간절히 바랬던 그 마음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순간, 그 기쁨의 크기란 지금까지의 삶의 비어있던 의미를 꽉 채워주고도 남음이 있는 것이겠죠. 그런 순간이 온다면 남은 삶을 다 희생해서라도 놓지 않고 싶죠.
그런데 사실 이런 도움이 더 힘들지 않나요? 도움이 필요한 자식이 혼자 어려움을 이겨내는 걸 부모로서 지켜보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다들 아시잖아요. 진짜 견디기 힘들죠. 잘 이겨내면 대견스럽지만, 조마조마했던 부모의 그 마음, 당장이라도 뛰어가 도와주고 싶었던 그 마음은 누구도 알아줄 수가 없죠. 반대로 그러다가 혹시라도 잘못된다면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지는 겪어 본 부모가 아니라면 누구도, 그 어느 누구도 헤아릴 수 없겠죠.
한 개인의 전 존재를 긍정하며 의미있게 해 줄 수 있는 그 한 순간을 갈구하는 삶이라니... 너무 진지하고, 너무 무거워서 그냥 읽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그냥 진이 다 빠지는 것 같습니다. ㅠ.ㅠ
“만약 내가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https://www.youtube.com/watch?v=f_z6BJNAFVQ
하루를 잘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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