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Make a Prairie,” “That Love is all there is,”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이런 사랑을 노래한 시인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에밀리가 자기 자신을 어떻게 소개하는지 그녀의 시를 통해 볼게요.
I'm Nobody! Who are you?
- Emily Elizabeth Dickinson
I'm Nobody! Who are you?
Are you – Nobody – too?
Then there's a pair of us!
Don't tell! they'd advertise – you know!
How dreary – to be – Somebody!
How public – like a Frog –
To tell one's name – the livelong June –
To an admiring Bog!
난 무명인입니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당신도 무명인인가요?
그럼 우리 둘이 똑같네요!
쉿! 말하지 마세요.
그들이 우리에 대해 떠들고 다닐 테니까 말이에요.
얼마나 끔찍할까요, 유명인이 된다는 건!
얼마나 눈에 띌까요, 개구리처럼
긴긴 유월 내내
찬양하는 늪을 향해
자기 이름을 외쳐대는 것은
무명인 by 에밀리 디킨슨 / I'm Nobody! Who Are You? by Emily Dickinson
I'm Nobody! Who are you? 에밀리 디킨슨의 시 중에 '무명인 I'm Nobody! Who are you?'라는 시가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환영하고 떠받드는 유명인 Somebody가 되는 것이 마치 여름날 개구리가 울어대는 것처..
puppetfox.net
이 시는 원래 두 개의 버전이 있습니다만 위에 소개해 드린 버전이 나중 버전입니다. 다른 버전은 1연 4행이 다릅니다(Don't tell! they'd advertise – you know!). 장영희 선생은 이 버전을 번역했습니다. 이 번역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무명인
난 무명인입니다! 당신은요?
당신도 무명인이신가요?
그럼 우리 둘이 똑같네요!
쉿! 말하지 마세요.
쫓겨날 테니까 말이에요.
얼마나 끔찍할까요, 유명인이 된다는 건!
얼마나 요란할까요, 개구리처럼
긴긴 6월 내내
찬양하는 늪을 향해
개골개골 자기 이름을 외쳐대는 것은
장영희 역
http://blog.daum.net/smartguy33/79
영미시 산책 6 Emily Dickinson-I'm Nobody
I'm Nobody Emily Dickinson I'm Nobody! Who are You? Are you-Nobody-too? Then there's a pair of us! Don't tell! They'd banish us-you know! How dreary-to be-Somebody! How public-like a frog- To tell y..
blog.daum.net
이 시에서는 nobody와 somebody가 대조를 이룹니다. Nobody 는 중요하지 않은 사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디킨슨 같은 사람이고, Somebody는 유명하고, 대단하고, 중요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에밀리 디킨슨은 Sombody를 끔찍하고 요란하다고 묘사합니다. 그 모습이 마치 개구리같다고… 개구리 같은 유명인이라는 직유가 어떤 심상을 불러 일으키나요? 암컷에 비해 수컷이 훨씬 더 많기에, 연못의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내가 여기에 있다고 자기의 존재를 암컷에게 목청껏 알리려 하는 모습, 다른 수컷은 이 영역을 침범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모습이 비슷해 보이기도 하죠!^^ 이런 식으로 읽으면 이건 단순히 그 시대의 유명인들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유명인에게도 해당되는 것 같네요. 그러니 그런 꼴사나운 유명인보다는 무명인이 훨씬 더 좋은 것이겠죠!
참 단순한 시이고, 표현도 너무나 단순한데 번역이 참으로 난감합니다. 문제는 Nobody라는 표현이 이 시에서 하는 역할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번역어가 없다는 점입니다. 이 단어는 (1) “아무도 아님,” 또는 “아무도 없슴”이라는 의미도 있고, (2)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에밀리 디킨슨 같이 단어 하나 하나 심혈을 기울여 선택한 시인이라면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모든 함축적 의미(connotation)를 다 사용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읽을 때는 두 가지 의미를 다 염두에 두셔야 할 겁니다. 그런데 에밀리 디킨슨은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하나 더 부여합니다. 이 단어가 문장중간에 대문자로 사용되었다는 건, (3) 고유명사처럼 취급하라는 의미입니다. 고유명사는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것을 부르는 이름이고, 그렇기 때문에 하나 하나가 특별한 지위를 갖죠. 그런데 지시 대상을 갖고 있지 않은 Nobody라니? 그리고 너도 Nobody냐니? 참 번역 난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무명인”이라는 번역은 맥락을 잘 살린 번역은 맞는 것 같습니다만, “nobody”가 이 시에서 수행하는 언어유희를 제대로 맛볼 수 있게 해 주지는 않는 것 같아요. 하지만 마땅히 적절한 단어를 찾을 길도 없는 듯 보입니다. 그래서 Nobody(그리스어로는 outis)라는 단어로 말장난을 한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를 소개해 드릴게요. 오딧세우스가 시클롭스(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머스에게 잡혀 먹잇감 신세가 되었을 때 나누는 대화입니다.
“시클롭스, 내 유명한 이름에 대해 물었으니
말해드리이다. 그러면 당신도 내게 선물을 주면 어떻겠소.
당신의 손님으로서. 내 이름은 “노바디(아무도 아니)”요.
내 아버지 어머니, 내 다른 친구들,
그들은 모두 나를 “노바디(아무도 아니)”라고 불렀소.
…
좋아!, 노바디(아무도 아닌 자)!
난 네 동료들을 먼저 잡아먹고
너를 맨 마지막에 먹지. 이게 너에게 주는 내 선물이야,
넌 내 손님이니까.”
그리고 오딧세우스 일행은 포도주에 취해 잠든 폴리페머스의 외눈을 올리브 나무 말뚝으로 찔렀고, 그는 크게 울부짖죠. 그 소리를 듣고 주변에 있던 다른 시클롭스들은 “무슨 안좋은 일이 있기에 이 밤에 울부짖어 우리를 깨우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폴리페머스는 “노바디(아무도 아닌 자)가 나를 죽이려고 해 Nobody is killing me”라고 대답합니다. 그런데 이 부분을 자연스럽게 번역하면 “나를 죽이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로 번역할 수 있죠. 그때 다른 시클롭스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글쎄, 아무도 너를 해치지 않고 너 혼자뿐이라면, 그건 위대한 제우스 신으로부터 온 아픔인 것이 틀림없어. 그건 네가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그러니 우리의 아버지 포세이돈 신께 기도를 하라구.”
사실 오딧세우스는 시클롭스를 못마땅하게 생각했습니다. 왜냐면 시클롭스는 멍청하고, 서투르고, 농업에 대해서는 아는 것도 없고, 전통도 없고…. 다른 사람을 돌보지도 않았거든요. 그런 멍청이에게 소중한 동료들이 잡아 먹히고, 자신조차 먹힐 뻔 한 사실이 분해서였는지, 아니면 자신의 이름을 과시하고 싶은 허영심에 들떴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오딧세우스는 끝까지 자기의 이름을 숨기지는 못합니다. 무사히 배로 탈출하며 이렇게 말하거든요. “시클롭스, 만일 어떤 인간이 너를 눈멀게 한 상처에 대해 묻거든, 이타카 출신, 라에르테스의 아들, 도시의 약탈자인 오딧세우스가 네 눈을 그리 만들었다고 말해라.”
그러자 폴리페머스는 아버지 포세이돈에게 오딧세우스가 집에 돌아가지 못하게 해달라고, 만일 집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그의 운명이라면, 늦게, 고통가운데, 모든 동료들이 죽고 나서, 자신의 배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배를 타고 가까스로 돌아가지만, 거기서는 자신의 가정에 닥친 불행을 목도하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결국 이로 인해 오딧세우스는 제대로 방랑을 하게 되고, 20년만에 홀로 남의 배를 타고 집으로 되돌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귀환이 늦어지자 그가 죽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그의 아내 페넬로페에게 구혼을 하며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상황을 보게 됩니다. 이 후에는 우리가 잘 아는 가정을 지켜낸 오딧세우스의 이야기가 나오구요.
“쉿! 말하지 마세요.
그들이 우리에 대해 떠들고 다닐 테니까 말이에요.
얼마나 끔찍할까요, 유명인이 된다는 건!
얼마나 눈에 띌까요, 개구리처럼”
이렇게 보니 이건 마치 (이 땅의 모든) 이름난 오딧세우스(들)에게 주는 지혜로운 충고처럼 들리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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