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시인 호라시우스(호레이스)는 로마시민들에게 전쟁에서의 용맹함을 계발시키라고 권고하기 위해 시를 하나 씁니다. 그리고 그 시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Dulce et decorum est Pro patria mori. 조국을 위해 죽는 것은 명예롭고 적절하다.”
약 2000년이 지나 영국의 시인이자 군인이었던 윌프리드 오웬(Wilfred Owen, 1893~1918)은 윗 구절의 앞부분을 제목(Dulce et Decorum Est)으로 시를 한 편 써서 전쟁의 참상을 고발합니다. 이 시에는 호레이스를 비난하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내 친구여, 그대라면 그런 큰 열정으로
절망적인 영광을 애타게 찾는 아이들에게
“조국을 위해 죽는 것은 명예롭고 적절하다”는
낡은 거짓말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My friend, you would not tell with such high zest
To children ardent for some desperate glory,
The old Lie: Dulce et decorum est
Pro patria mori.
전쟁은 아무리 미화해도 비극일 수 밖에 없겠죠. 오웬의 시 전문을 소개할까 했는데 너무너무너무 길어서, 다른 분의 시를 가져왔습니다. 우리가 너무 잘 아는 소설 “테스”를 쓴 토마스 하디(Thomas Hardy, 1840~1928)는 1902년, “The Man He Killed 그가 죽인 남자”라는 시를 써서 전쟁의 부조리함을 고발합니다. 오늘은 이 시를 함께 읽을게요.
The Man He Killed
by Thomas Hardy
“Had he and I but met
By some old ancient inn,
We should have set us down to wet
Right many a nipperkin!
“But ranged as infantry,
And staring face to face,
I shot at him as he at me,
And killed him in his place.
“I shot him dead because--
Because he was my foe,
Just so: my foe of course he was;
That's clear enough; although
“He thought he'd 'list, perhaps,
Off-hand like--just as I--
Was out of work--had sold his traps--
No other reason why.
“Yes; quaint and curious war is!
You shoot a fellow down
You'd treat, if met where any bar is,
Or help to half a crown.”
https://www.poetryoutloud.org/poem/the-man-he-killed/
The Man He Killed | Poetry Out Loud
"Had he and I but met By some old ancient inn, We should have sat us down to wet Right many a nipperkin! "But ranged as infantry, And staring face to face, I sh
www.poetryoutloud.org
4행의 nipperkin은 0.5파인트보다 적은 부피의 음료내지 음료잔 입니다.
13행의 ‘list는 여섯 음절로 맞추기 위해 “enlist”(입대하다)를 줄인 표현입니다.
15행의 traps는 “짐보따리,” “세간”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그가 죽인 사람
- 토머스 하디
“그와 내가 그냥 칙칙한
어느 옛 술집에서 만났다면,
둘이 앉아 술잔 주고받으며
거나하게 취했으련만!
“하필 보병으로 배치되어,
얼굴 맞대고 노려보며,
그는 나를 나는 그를 쏘다가,
그 자리에서 그를 죽였다.
“나는 그를 쏴 죽였다 왜냐면 ‐
왜냐면 그는 나의 적이었기에,
그뿐: 물론 그는 나의 적이었다,
틀림없이 그랬다. 어쩌면
“그도 무심코 덜컥 입대한 게
아닌가 싶었으리‐꼭 나처럼 ‐
일자리 잃고 ‐ 세간도 다 처분한 터에 ‐
딱히 다른 이유 없이.
“그래, 묘하고 별난 게 전쟁이지!
어느 바에서 만나면 술을 대접하든가,
푼돈쯤은 도와줘도 좋을 만한
사람을 쏴서 쓰러뜨리니.”
김천봉 역.
http://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I&nNewsNumb=201606100053
阿Q의 시 읽기 〈1〉 토머스 하디의 〈그가 죽인 사람〉
‘묘하고 별난 게 전쟁이지!’
monthly.chosun.com
이 시에서 화자는 혼자 이야기합니다. (이와 같은 기법을 극적 독백 Dramatic Monologue이라고 합니다.) 1902년 보어전쟁(the Boer War, 1899년부터 1902년까지 남아프리카에 거주하는 네덜란드계 백인인 보어인과 영국인들 사이에서 벌어진 전쟁으로 남아프리카 전쟁, 또는 앵글로-보어전쟁이라고도 불립니다)에서 돌아온 화자는 술집에 앉아 술을 들이키며, 전쟁에서 그가 쏴 죽인 한 남자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그가 죽였던 남자는 반드시 죽여야만 할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사실 자신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이런 선술집에서 만났더라면 술 한잔을 함께 기울이고는 아마도 쉽게 친구가 될 수도 있었을 그런 사람을 죽인 것이라고 고백합니다. 그저 총을 맞댄 ‘적’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그냥 죽였다고 합니다. 참으로 터무니없죠. 하지만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시간과 장소가 바로 전쟁이라고 오늘의 시는 고발하고 있는 것 같이 읽힙니다.
개인적인 감상을 조금 덧붙이자면… 우선 시의 모양이 조금 울퉁불퉁합니다. 연과 행에 따라서 딱딱 맞아떨어지는 그런 각이 안보이고, 제멋대로 들쑥날쑥 합니다. 보기가 약간 불편해요. 읽어보면 약강조의 율격도 있는 것 같고, ABAB와 같은 운율도 더러 보이지만 딱 떨어지지 않습니다. 뭔가 2% 부족해요. 또 원래 시가 어떤 모양으로 발표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겹따옴표의 사용도 이상합니다. 마지막 연을 제외하고는 시작은 있는데 끝이 없어요. 제정신이 아닌 것 같죠. 인용을 하다가 어디까지인지 헷갈려 버렸으니. 또 중간중간에 대쉬(-)가 나옵니다. 9행에 나오는 대쉬는 화자가 그 이유를 확신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14행과 15행에서는 마치 자신을 심하게 자책하는 듯이 말을 더듬는 것 같다는 인상도 줍니다. 시는 전체가 지극히 일상적인 언어로 쓰여 있구요. 일상으로 돌아온 화자의 제정신이 아닌 상태를 너무나 기막히게 표현해 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호레이스처럼 아무리 아름다운 미사여구로 치장하더라도 전쟁은 비극적이며, 잔인하며, 야만적이고, 진정으로 무의미하기에 부조리할 수 밖에 없다는 전쟁의 실상을 잘 보여주는 시인 것 같습니다. 뜻 깊은 하루 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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