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ming of Cats by T. S. Eliot(1888~1965)
1939년, 고양이의 심리학과 사회학을 다룬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시집이 영국에서 출간됩니다. 제목은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직역을 하면, “늙은 주머니쥐가 쓴 현실적인(실리적인) 고양이들을 위한 책 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s”)입니다.
이 시집의 제목에 저자에 대한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포섬(Possum)은 주머니쥐라는 의미지만, 이건 에즈라 파운드가 엘리엇을 부르던 애칭이기도 했습니다. (맞습니다. 오늘도 또 엘리엇입니다.) 파운드는 엘리엇의 행동거지가 너무 재미없고 고루한 것이 마치 살아남기 위해서 죽은 척하는 주머니 쥐의 습관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이 별명을 붙였다고 하네요. 그리고 주목할 만한 사실은 시집의 표지 그림 역시 엘리엇이 직접 그렸답니다. 굉장히 장난스럽죠.
그리고 이 시집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작품이 바로 1981년 런던에서 초연된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캣츠”입니다. 오늘은 위 시집에 있는 14편의 시 중 첫째로 나오는 “고양이 이름짓기”를 같이 읽도록 할께요. 조금 기네요. (이때의 ‘조금’은 성서에서 예수님이 “곧” 다시 오겠다고 하셨을 때의 그 “곧”과 비슷한 의도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래서 맨 뒤에 무려 3분의 1을 생략한 필사용 “고양이 이름짓기”를 덧붙였습니다. ^^)
https://www.bl.uk/collection-items/old-possums-book-of-practical-cats-by-t-s-eliot
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s by T S Eliot
Explore '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s by T S Eliot' on the British Library website
www.bl.uk
책 표지만 봐도 역시 동심이 곧 시심이고, 시심이 공 동심이라는 생각이 들죠!
The Naming of Cats
by T. S. Eliot
The Naming of Cats is a difficult matter,
It isn’t just one of your holiday games;
You may think at first I’m as mad as a hatter
When I tell you, a cat must have THREE DIFFERENT NAMES.
First of all, there’s the name that the family use daily,
Such as Peter, Augustus, Alonzo, or James,
Such as Victor or Jonathan, George or Bill Bailey—
All of them sensible everyday names.
There are fancier names if you think they sound sweeter,
Some for the gentlemen, some for the dames:
Such as Plato, Admetus, Electra, Demeter—
But all of them sensible everyday names,
But I tell you, a cat needs a name that’s particular,
A name that’s peculiar, and more dignified,
Else how can he keep up his tail perpendicular,
Or spread out his whiskers, or cherish his pride?
Of names of this kind, I can give you a quorum,
Such as Munkustrap, Quaxo, or Coricopat,
Such as Bombalurina, or else Jellylorum—
Names that never belong to more than one cat.
But above and beyond there’s still one name left over,
And that is the name that you never will guess;
The name that no human research can discover—
But THE CAT HIMSELF KNOWS, and will never confess.
When you notice a cat in profound meditation,
The reason, I tell you, is always the same:
His mind is engaged in a rapt contemplation
Of the thought, of the thought, of the thought of his name:
His ineffable effable
Effanineffable
Deep and inscrutable singular name.
https://poets.org/poem/naming-cats
The Naming of Cats by T. S. Eliot - Poems | Academy of American Poets
Thou hast committed—Fornication: but that was in another country,And besides, the wench is dead. The Jew of Malta. I Among the smoke and fog of a December afternoon You have the scene arrange itself—as it will see
poets.org
고양이 이름 짓기
- T. S. 엘리엇
고양이 이름 짓는 건 어려운 문제,
재미삼아 할 수 있는 쉬운 일이 아니지요
처음 당신은 우릴 완전히 미쳤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고양이에겐 반드시 세 가지 이름이 필요하답니다
우선 가족들이 평상시에 부르는 이름
피터, 오거스터스, 알론조, 제임스 같은 것,
빅터, 조나단, 조지, 빌 베일리 같은 것,
모두 그럴듯한 평상시 이름
더 환상적인 이름도 있지요, 당신이 더 달콤하게 들린다 생각하실 만한
신사분을 위한 것도 있고, 숙녀분을 위한 것도 있어요.
플라토, 아드미터스, 엘렉트라, 데미터 같은 것―
그러나 이것들은 모두 그럴듯한 평상시 이름
거듭 말씀드리지만, 고양이에겐 특별한 이름이 필요하답니다,
독특한 이름, 좀더 위엄있는 이름,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그리 꼬리를 꼿꼿이 세울 수 있을까요?
그런 이름을 몇 가지 들어보자면,
문커스트랩, 쿼억스, 코리코펫 같은 이름,
봄바루리나, 제리로럼 같은 이름―
오직 한 마리 고양이를 위한 단 하나의 이름.
어쨌거나 아직 한 가지 이름이 더 남아 있으니,
당신은 상상도 못할 이름,
인간이 아무리 연구한들 찾아낼 수 없는 그런 이름―
고양이 혼자만 알고 있을뿐, 절대로 말해주지 않는 이름
고양이가 심오한 명상에 잠겨 있는 걸 발견하신다면,
그것은 늘 같은 이유
바로 깊은 생각에 빠져 있기 때문
자신의 이름을 생각하고 생각하고,또 생각하며 음미하는 시간
말할 수 없는, 말로 하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고 불가해한 단 하나의 이름.
몇 가지 번역본이 있는데, 이게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최초 역자가 누군지는 모르겠구요. https://blog.naver.com/yenuri/150030556034
고양이 이름 짓기(The Naming of Cats) - 엘리엇(T.S. Eliot)
■ 제목 : Reform Calligraphy 2.3 + Sheaffer Green ■ 본문 : Onoto (3/ST) + Parker Penman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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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페이스 북에 이 비슷한 질문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1. Who am 'I'? … sounds too subjective!
“나 I”는 누구일까? … 너무 주관적인데!
2. Who is 'me'? … sounds alienated!
“나 me”는 누구일까? … 소외되는 느낌인데!
3. Who are 'me'? … sounds schizophrenic!
“나”는 누구일까? … 정신분열이야!
1. 이건 평범한 의문문입니다.
2. “나”에 대해 묻는데 동사 “is”를 써서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주어형태인 “I”가 아니라 목적어 형태인 “me”를 썼구요.
3. 2번 질문의 동사를 “are”로 바꿨습니다. 원래 주어는 (앞에서 내 이야기를 듣고 있는) “you”가 와야 하는데 그 자리에 “me”를 넣은 거죠.
이렇게 질문을 올렸더니 영국에 있던 친구 누님이 이런 답글을 남겼습니다. 너무 재치 있어서 지금도 기억합니다.^^
I am not what I think I am. 내가 생각하는 나는 내가 아니다.
I am not what you think I am. 네가 생각하는 나도 내가 아니다.
I am what I think you think I am. “넌 이게 나라고 생각하겠지”라고 생각하는 내가 바로 나다.
암튼 이 시를 읽고서 이런 생각 안 드세요? “혹시 내게도 아무도 모르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깊고 불가해 한, 혹은 말로 표현하는 순간에 그 이름이 훅하고 꺼지거나, 이젠 더 이상 나만의 이름이 아니라 그 이름을 내 이름이라 부를 수 없게 되는 그런 신비하고도 오묘한 이름, 그 하나의 이름이 있을까?”
있다면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세요. 말하는 순간에 내가 생각하는 나 “I”는 없어지고 남들이 보는 나 “Me”만 남거든요. (조지 허버트 미드라는 사회학자는 사회화의 핵심이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자아인 “I”와 사회화를 통해 내면화된 자아인 “Me”의 건강한 통합이라고 보았답니다.^^) 하지만 없다면, 이번 기회에 한번 지어보세요. 고양이처럼 아이처럼 심오한 명상에 잠기게 될 겁니다. 그리곤 일상에 지친 피곤함을 싹 날려 줄 졸음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19&v=bTTuIr4vnE0&feature=emb_title
제가 이 글을 처음 포스팅한 것이 정확히 일년 전(2020년 5월 5일)인데, 20년 5월 2일자로 같은 주제로 포스팅을 한 분이 계십니다. 같은 시집에 대해 훨씬 많은 내용을 재미있게 풀어 놓으셨네요. 그래서 소개해 드립니다.
https://blog.naver.com/memoree0704/221940904946
「英詩」 T.S.엘리엇 '주머니쥐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지혜로운 고양이 이야기(Old Possum's Book of Prac
.............. You should need no interpreter To understand their character. You now have lear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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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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