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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삶

077_The Waste Land 황무지 by T. S. El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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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표현을 많이 들어보셨죠?

 

유명한 이 구절은 에즈라 파운드와 말년까지 각별한 우정을 나누었던 엘리엇(T. S. Eliot)의 시 황무지(The Waste Land) 나오는 첫 구절입니다. 이 시의 전문은 너무나 길기 때문에 오늘은 가장 많이 인용되는 앞 부분만 골라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The Waste Land

                 by T. S. Eliot

 

April is the cruel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Winter kept us warm, covering

Earth in forgetful snow, feeding

A little life with dried tubers.

 

https://poets.org/poem/waste-land

 

The Waste Land by T. S. Eliot - Poems | Academy of American Poets

Thou hast committed—Fornication: but that was in another country,And besides, the wench is dead.                    The Jew of Malta. I Among the smoke and fog of a December afternoon You have the scene arrange itself—as it will see

poets.org

 

황무지

     - T. S. 엘리엇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 비로

둔한 뿌리를 휘저었나니.

겨울은 우리를 따뜻이 했다, 대지를

망각의 눈으로 덮고, 메마른

구근으로 작은 생명을 먹였나니.

 

해석은 어느 분의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

https://blog.naver.com/c103104/221428973652  

 

TS Eliot 의 황무지 영문전문과 번역본

황무지 荒蕪地 The Waste Land 미국 태생 영국의 시인 T. S. 엘리엇의 장시(長詩). 1922년에 간행되었...

blog.naver.com

원문과 번역 전문을 다 실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이 분은 해석을 아래의 다른 블로거에게서 퍼왔답니다.

 

http://blog.daum.net/thammy/677

 

[펌] 황무지The Waste Land/엘리엇(전문)

무지 긴 시이므로.. 컨닝 먼저.. 국경의 밤은 전문을 읽어봤지만.. 역시 번역체는, 게다가 외국 시란.. 이해하기 힘들군요.. (해석은 아래쪽에있어요. 퍼왔습니다) 핵심요약.. 황무지 荒蕪地 The Wast

blog.daum.net

그리고 이 다른 분은 그냥 퍼왔다고 하네요. 결론은 어느 분의 해석인지 확인을 못했습니다.

 

여기까지가 가장 많이 인용되는 부분이고 우리도 여기까지만 읽겠습니다. 그런데 실제 원문에는 시작에 앞서 몇몇 눈에 띠는 구절이 있어서 이 부분을 잠깐 더 설명드릴게요.

 

 

우선 첫 세 줄은 라틴어와 그리스어가 섞여 있습니다. 알파벳이 다른 게 그리스어이고 나머지가 라틴어입니다. 그리고 바로 아래 보이시죠. For Ezra Pound에즈라 파운드에게!! 엘리엇이 얼마나 파운드의 영향을 받았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그 아래 il miglior fabbro. 에즈라 파운드에게 보내는 찬사를 단테의 신곡에서 차용한 것으로 이탈리아어입니다. 또 잘리기 직전의 마지막 문장 Bin gar kine Russin, stammaus Litauen, echt deutsch. 독일어이구요. 그리고 여기에는 없지만 이 시의 마지막에는 다시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그리고 심지어는 우리가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한 산스크리트어, Shantih shantih shantih샨티, 샨티, 샨티 등장합니다. 어때요, 대략 난감하시죠. 저도 그래요. 그래서 딱 한 줄, il miglior fabbro. 이 한 줄만 더 설명하겠습니다.

 

엘리엇이 에즈라 파운드에게 붙인 이 표현은 단테의 신곡 연옥편 26번째 노래에 나옵니다. 단테는 연옥의 일곱 번째 가장 높은 테라스에서 탐욕의 죄를 씻어내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자신이 존경하던 볼로냐 출신의 이탈리아 시인인 귀니첼리(Guido Guinizelli)를 만나자 너무 좋아 어쩔 줄 모르며 온갖 미사여구로 그를 칭송합니다. 그러자 귀니첼리는 앞에 있는 아르노 다니엘(Arnaut Daniel)의 영혼을 가리키며 그가 자신보다 더 나은 시인(il miglior fabbro.)이라고 칭찬합니다. 아르노 다니엘은 12세기 프로방스어로 노래한 음유시인이었습니다. , 엘리엇은 에즈라 파운드가 자신보다 훨씬 더 나은 시인이라는 칭송을 귀니첼리가 아르노 다니엘을 소개하며 사용한 표현으로 대신한 겁니다.

 

그런데 그 많은 작품들 중에 왜 단테의 신곡에서 표현을 빌려 왔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엘리엇은 단테의 글쓰기 스타일을 매우 좋아했거든요. 단테의 스타일이 언어를 초월해서 글을 쓰는 모든 이들에게 보편적인 모델이 된다고 믿었던 엘리엇은, 이런 점에서는 심지어 일리아드, 오딧세이를 쓴 호머나 아이네이드 (Aeneid)를 쓴 버질보다도 단테가 더 훌륭하다고 이야기를 하네요.

 

또 셰익스피어와 비교해 단테의 글쓰기의 특징을 말하기도 합니다. 그에 의하면 근대 세계의 글쓰기는 단테와 셰익스피어로 양단되어 있고, 중간은 없는데, 만일 글쓰기의 재능이 없는 누군가가 셰익스피어를 모방하려 한다면 부자연스럽고, 의미가 통하지 않는 왜곡된 형태의 글을 쓰게 되어 자기 자신을 완전히 바보로 만들게 될 것이지만, 단테를 흉내 낸다면 최악의 경우라 하더라도 상상력이 부족해서 재미없고 밋밋한 이야기 정도는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하네요. , 흉내만 내더라도 글을 망치지는 않는다라고나 할까요

 

이쯤 되면 언젠가는 단테의 시도 한편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