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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삶

009_There is no Frigate like a Book by Emily Dickinson(1830-1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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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독서모임을 찬양(?)하는 시를 한편 소개해 드릴께요.

 

There is no Frigate like a Book

    by Emily Dickinson

 

There is no Frigate like a Book

To take us Lands away

Nor any Coursers like a Page

Of prancing Poetry-

This Traverse may the poorest take

Without oppress of Toll-

How frugal is the Chariot

That bears the Human Soul.

 

https://www.poetryfoundation.org/poems/52199/there-is-no-frigate-like-a-book-1286

 

책만한 쾌속 범선은 없지요.

     - 에밀리 디킨슨

 

우리를 먼 곳으로 데려다 주는

책만한 쾌속 범선은 없지요.

활보하는 시의 페이지만큼

날쌔게 달리는 준마도 없구요.

 

가장 가난한 사람들도 통행료 부담 없이

횡단할 수 있지요.

인간의 영혼을 나르는

이 전차는 얼마나 비용이 저렴한지!

 

번역은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imus9000&logNo=221032645867 에서 가져왔습니다.

 

모든 단어는 명시적 의미(denotation)과 함축적 의미(connotation)이 있습니다. , 가정 home , house 명시적 의미는 거의 같지만, home 안전, 안락함, 가족, 사랑 같은 의미를 함축적으로 동반합니다. 그러기에 house보다 home 훨씬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단어를 선택할 때 시인들은 함축적인 의미가 풍부한 쪽을 선호합니다.

 

이것이 에밀리 디킨슨이 이 시에서

(1) ship 아니라 모험과 탐험을 연상시키는 frigate,

(2) miles 아니라 미지의 땅, 신비한 세계를 연상시키는 lands,

(3) horse 아니라 아름다움과 기민함, 그리고 기백을 연상시키는 courser, 그리고

(4) carriage 마차라는 단어 대신 훨씬 박진감이 느껴지는 chariots전차, 경주용 마차라는 단어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책은 마치 배(ship)를 타고 멀리(miles away)가는 것과 같다. 말 타고 가는 것 같기도 하다.

 

범선을 타고 미지의 세계로 가는 것 같다. 경주마를 탄 것처럼 높고 빠르고 의기양양하게 달리는 것 같다.

 

이 두 문장은 어감이 너무 다르죠. 후자의 느낌을 살리려면 캐리비안의 해적 나오는 주인공이 되어 흥분이 가득한 채 보물을 찾아 미지의 땅으로 떠난다고 생각해 보세요. 영화 OST가 머리 속에 울려 퍼지면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걸 느끼시나요? (못 보신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기대, 모험, 흥분, 변화, 영혼의 고양. 책은 지금도 우리에게 그런 자극과 경험을 주고 있는 것이죠.

 

언어의 사용목적을 명확한 의사전달이라고 보면 함축적 의미를 선호하는 시적인 표현은 굉장히 비효율적이며 어리석기까지 합니다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시의 해석내지 감상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것이죠. , 시 한편을 열 명의 다른 사람이 읽는다면, 단 하나의 배타적인 해석이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다양한 해석이 생깁니다. 세대와 성별, 인종과 언어가 다른 사람들이 시를 함께 읽고 이야기할 때, 하나의 해석이 아니라 모두의 해석을 존중하고, 대화와 이해를 통해 서로의 지평을 넓혀 줄 수 있는 세계, , 공존과 포용, 그리고 성장이 가능한 세계가 바로 시 입니다.

 

책을 읽는 사람은 사고와 경험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준비된 열린 자세로 늘 모험과 낭만, 열정과 도전으로 가득 찬 삶을 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