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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삶

011_Ars Poetica by Archibald MacLeish(1892~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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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 혹은 상상을 초월한 것을 소재로 가져옵니다. 도대체 무슨 시를 가져 오려고 이렇게 거창하게 시작하느냐구요? 오늘 소개해 드릴 시는 아치볼드 멕클리시(Archibald MacLeish)Ars Poetica입니다. 제목은 라틴어예요. 번역하면 작법(The Art of Poetry)입니다. 즉 이 시는 시를 쓰는 법을 소재로 한 시랍니다. 뭔가 중의적이며 밀의적인 노하우가 담겨 있을 것 같죠. 그럼 기대하세요.

 

Ars Poetica

by Archibald MacLeish

 

A poem should be palpable and mute 

As a globed fruit,

 

Dumb

As old medallions to the thumb,

 

Silent as the sleeve-worn stone

Of casement ledges where the moss has grown

 

A poem should be wordless  

As the flight of birds.

*

A poem should be motionless in time  

As the moon climbs,

 

Leaving, as the moon releases

Twig by twig the night-entangled trees,

 

Leaving, as the moon behind the winter leaves,  

Memory by memory the mind

 

A poem should be motionless in time  

As the moon climbs.

         *

A poem should be equal to:

Not true.

 

For all the history of grief

An empty doorway and a maple leaf.

 

For love

The leaning grasses and two lights above the sea

 

A poem should not mean   

But be.

 

 

https://www.poetryfoundation.org/poetrymagazine/poems/17168/ars-poetica

 

시 작법

-     아치볼드 맥클리시

 

시는 만져서 느낄 수 있어야 하고 소리내지 말아야 한다,

마치 꽉 차 둥글어진 과일처럼.

 

말할 수 없어야 한다,

엄지손가락에 만져지는 오래된 큰 메달처럼.

 

침묵해야만 한다.

이끼가 자란 창턱의 소매에 스쳐 닳은 돌처럼-

 

시는 말이 없어야 한다,

새들이 비상하는 것처럼.

*

시는 결국 움직임이 없어야 한다,

달이 올라가는 것처럼.

 

달이 풀어놓듯이,

밤에 얽힌 나뭇가지를 하나 하나.

 

겨울 나뭇잎 뒤에 숨은 달이,

마음 속의 기억을 하나 하나 남기며-

 

시는 결국 움직임이 없어야 한다

달이 올라가는 것처럼

*

시는 똑같아야 하는 것이지

사실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모든 슬픔의 역사에 대하여는

빈 문간과 단풍잎 하나.

 

사랑에 대하여는

기댄 풀들과 바다 위 두 개의 불빛-

 

시는 의미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시는 그냥 존재하는 것이어야 한다.

 

서력기원 전 19년 로마의 시인 호라시우스(Horatius, 호레이스Horace)가 젊은 시인들을 위해 시와 드라마를 쓰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하려고 글을 씁니다. 이 글의 제목이 Ars Poetica입니다. 여기서 그는 시인들은 이익이 되거나 즐겁거나, 혹은 즐거움과 삶에 필요한 것들을 동시에 전달하기를 원한다 말을 합니다. 간단하게 줄여 말하자면 시는 읽기에 즐거워야 하고 교훈적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전에 시에 대한 편견이 있다고 했죠. 그 한 가지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시에 대한 호라시우스의 견해는 이후 유럽 문학사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오늘의 시인 아키볼드 맥클레이시는 호라시우스의 작품 제목을 자신의 시 제목으로 그대로 가져옵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시의 내용은 호라시우스가 아니라 T. S. Eliot햄릿과 그의 문제점(1919)이라는 글에서 주장한 바를 담고 있습니다. 엘리엇에 의하면 예술의 형태로 감정을 표현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어떤 사물, 상황, (일련의) 사건들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감정은 직접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태를 통해 촉발돼야 한다는 것이죠. 이 시의 뒷부분에서 슬픔을 빈 문간과 낙엽으로, 사랑을 기댄 풀들과 바다 위에 더 있는 두 개의 불빛으로 표현한 것이 그런 입장을 잘 드러내 줍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을 담고 있는 시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번역도 직접 해보고 싶었구요. ^^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를 직관하며 즐기는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should not mean, BUT BE).

 

시낭송 링크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dLZBlYEt_A

https://www.youtube.com/watch?v=MhV2TQ5x2G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