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읽은 브라우닝의 시 가운데 마지막 두 구절 “하느님은 하늘에—모든 것이 평화롭다 God's in His heaven—All's right with the world!”라는 구절을 읽을 때, 사실 프랑스 시인 쟈끄 프레베르(Jaques Prevert)의 “주기도문”이라는 시가 떠올랐습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 그냥 거기 계시옵소서 / 우리는 이대로 땅 위에 있으리이다 / 이 땅은 때로 너무도 아름답지요…” 프레베르의 시와 함께 놓고 보면 (그럴 의도는 없었겠지만) 브라우닝의 시 구절도 굉장히 도발적으로 읽힐 여지가 있죠. “하느님은 하늘에 계시니 모든 것이 평화롭다.”
프레베르는 우리가 너무 잘 아는 이브 몽땅(Yves Montand)의 “고엽”(Les feuilles mortes)을 쓴 시인입니다. “그것은 우리를 닮은 노래 / 그대 날 사랑했고 난 그대를 사랑했네 / 우리는 둘이 함께 살았지 / 날 사랑했던 그대 그대를 사랑했던 나 / 하지만 삶은 살며시 소리도 없이 / 사랑하는 사람들을 갈라놓고 / 바다는 모래 위 / 헤어진 연인들의 발자국을 지워버리네”
https://www.youtube.com/watch?v=OIfx0i_rbdE 가사와 번역 함께 있는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kLlBOmDpn1s 이브 몽땅이 노래하는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rvdIrcSxhKA 안드레아 보첼리와 베로니카 베르티의 고엽
참 분위기가 멜랑꼴리 하죠?
하지만 브라우닝의 시에서는 이런 멜랑꼴리한 분위기가 전혀 없어요. 브라우닝이 쓴 시 가운데 제목이 이어지는 재미있는 시가 있는데, 하나는 “밤에 만나다 Meeting at night”이고 다른 하나는 “아침에 헤어지다 Parting at morning”입니다. 오늘은 “아침에 헤어지다”라는 시를 읽어 볼게요. 이 시는 그야말로 아침이 되어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만 하는 상황을 노래하는데요, 그런데 그 헤어짐의 순간에도 화자는 너무 활기차고 밝습니다. 이렇게 노래하거든요.
Parting at Morning
by Robert Browning
Round the cape of a sudden came the sea,
And the sun looked over the mountain's rim:
And straight was a path of gold for him,
And the need of a world of men for me.
https://www.poetryfoundation.org/poems/43772/parting-at-morning
Parting at Morning by Robert Browning | Poetry Foundation
Round the cape of a sudden came the sea,
www.poetryfoundation.org
아침의 이별
곶을 돌자 갑자기 바다가 펼쳐진다,
그리고 태양이 산등성이 너머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태양에겐 황금의 길이 곧게 뻗어 있고,
나에겐 현실의 책임만 있다.
[출처] Sound and Sense 영미시 45개 해석 번역|작성자 싹튼감자”
Sound and Sense 영미시 45개 해석 번역
Sound and Sense 영미시 45개 해석 번역 Perrine's Sound and Sense: An Introduction t... 작가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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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블로거 분의 해석에서 마지막 구절을 이렇게 살짝 바꿔도 괜찮을 듯 합니다. “나에겐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 정도가 좋을 것 같아요. 내용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제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돈 벌러 가야겠다”로 보시면 됩니다.^^
어때요? 이런 희망찬 이별의 노래라니… 사랑에 빠진 브라우닝이야 눈에 콩깍지가 끼어서 뭐하나 제대로 보이는 게 있었을까 싶긴 하지만, 헤어지는 순간마저 이렇게 노래할 수 있다니… 진짜로 매 순간이 다 행복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 앞에서 인용한 피파의 노래 구절도 가능하면 최대한 밝게 읽어주는 게 맞을 것 같아요.
브라우닝처럼 잠에서 눈을 떴을 때 한 분, 한 분에게 행복하고 활기찬 아침이 기다리고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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