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을 시는 로버트 브라우닝의 극시 「피파가 지나간다」(Pippa Passes,1841)에 나오는 “The Year’s at the spring 봄의 노래”라는 시입니다.
The year's at the spring
by Robert Browning
The year's at the spring,
And day's at the morn;
Morning's at seven;
The hill-side's dew-pearled;
The lark's on the wing;
The snail's on the thorn;
God's in His heaven—
All's right with the world!
봄의 노래
- 로버트 브라우닝
한 해의 봄
하루 중 아침
아침 7시
언덕에는 진주이슬 맺히고
종달새는 날고
달팽이는 가시나무 위에
하느님은 하늘에
모든 것이 평화롭다!
장영희 역.
이 시는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극(dramatic poem 드라마틱 포엠, 운문이나 시의 형식으로 쓰인 극. 광의로는 시적 정서가 풍부한 극을 포함한다고 합니다) “피파가 지나간다”에 나오는 주인공 피파의 노래입니다. “피파가 지나간다”는 도입부(Introduction), 아침, 점심, 저녁, 밤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오늘의 노래는 ‘아침’ 부분에서 나옵니다. 실크공장에 다니는 가난한 젊은 소녀 피파는 일년 중 유일한 휴일인 새해 아침, 목적없이 거리를 배회하며 노래를 부릅니다. 시의 각각의 부분에서 피파가 노래하며 지나갈 때 그 노래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삶의 임계점에 도달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피파의 노래를 들으며 무언가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되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피파는 이 마을에서 가장 ‘행복한’ 네 사람의 삶을 동경하며 차례차례 그들의 창가를 지나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쁨의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피파가 부와 권력을 기준으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사실 제각기 극심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사실은 이들의 영혼을 구하는 것은 피파와 그녀의 노래였다. 불륜을 범하고 살인까지 한 오티마와 세발드는 피파의 노래를 듣고 자신들의 죄를 회개, 자백하기로 결심하고, 속아서 창녀의 딸과 결혼한 줄스는 아내를 버리려다가 피파의 노래 소리에 새로운 사랑을 발견하고, 난폭한 폭군을 암살하려던 계획을 포기하려던 루이기는 피파의 노래 소리에 다시 자신의 이상과 사명을 깨닫고, 속세의 악에 항복하려던 늙은 성직자는 피파의 노래를 듣고 다시 자신을 재무장한다. 날이 저물고, 자신이 네 사람의 영혼을 구한 것도 모른 채 피파는 단 하루뿐인 휴가를 헛되이 보낸 것을 슬퍼하며 고달픈 내일을 위해 다시 잠자리에 든다.” 장영희 신문칼럼 [책마을] 문학의 숲, 고전의 바다/ 진정한 행복”에서
https://m.chosun.com/svc/article.html?sname=news&contid=2002032270189
[책마을] 문학의 숲, 고전의 바다/ 진정한 행복
가끔 무심히 들은 한 마디 말, 우연히 펼친 책에서 얼핏 본 문장 하나, 별 생각없이 들은 노래 하나가 마음에 큰 진동을 줄 때가 있다. 아니, 아예 삶의 행로를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 어느 잡지
www.chosun.com
대부분 사람들은 늘 다른 누군가를 동경하며 삽니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동경하는 대상에 대해 생각하면서 달콤하면서도 희망적인 내일을 꿈꾸기도 하지만, 너무나 비교되는 현실로 오히려 더 힘들고 우울해 질 때가 많죠. 그런데 오늘 시에 의하면 다른 사람들을 동경하던 피파가 부른 노래가 오히려 삶의 막다른 곳으로 내몰린 그 동경의 대상들로 하여금 중대한, 매우 긍정적인 결단을 내리도록 도와줍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셨나요? 아마 오늘 하루 보내며 우리가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말 한마디, 눈빛, 손짓, 발걸음으로 인해 다른 누군가는 삶의 희망을 얻었을 수도 있을 것 같지 않으세요? 그랬을 겁니다. 그렇다면… 우린 에밀리 디킨슨이 그토록 바랬던 그 삶을 충분히 살아낸 것이겠죠.^^
만약 내가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만약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쓰다듬어 줄 수 있다면…
혹은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혹은 기진맥진 지친 한 마리 울새를 둥지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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