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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하는 삶

066_烏飛梨落 오비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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烏飛梨落

 

오비이락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烏 오(까마귀)

飛 비(날다)

梨 이(배나무)

落 락(떨어지다)

 

시간적 선후관계를 인과관계로 착각한다는 점을 지적할 때 가장 많이 예로 드는 것이 오비이락이라는 속담입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재수없다는 걸 고급지게(?) 표현한 말이죠. 사실 까마귀가 날아 오르는 것과 배가 떨어지는 것은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는 우연한 결합의 결과입니다. 그러니 두 사건은 따로 생각해야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오류를 범합니다. 그래서 모든 논리학 책은 이러한 오류를 대표적인 비형식적인 논리적 오류 가운데 하나로 분류해 가르칩니다.

 

그런데그런데 말입니다. ‘오비이락을 비형식적인 오류라고 가르치는 모든 논리학 선생들이 게거품을 물고 기절할 만한 내용이 오비이락의 원 맥락에 등장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내용을 한 번 볼게요.오비이락의 인과라는 제목으로 실린 네이버 사전에서 오비이락의 원구절을 가져왔습니다.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764678&cid=49242&categoryId=49242

 

오비이락의 인과

• 주제 : 인과 • 국가 : 중국 • 참고문헌 : 인과의 구슬 천태산(天台山) 지자(智者)대사의 본명은 지의인데 천태산에 오래 있었으므로 흔히 천태대사라고 한다. 양무제(梁武帝)때의 선지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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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양()나라 초대 황제인 무제(武帝, 502~549재위), 지자(智者) 스님이 천태산(天台山)에서 수행을 하고 있을 때 산돼지가 한 마리 지나가고, 이후 사냥꾼이 와서 산돼지가 지나가는 것을 봤느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때 스님은 그 사냥꾼에게 활을 버리라고 권하며 이런 노래를 읊었다고 합니다.

 

까마귀 날자 배가 떨어져 뱀의 머리를 부쉈네.

(죽은) 뱀은 멧돼지가 되어 (전생이 까마귀였던) 꿩에게 돌을 굴렸다네.

꿩이 죽어서 사냥꾼이 되고 다시 멧돼지를 쏘려 하니

도사가 인연을 말해 맺힌 원수 풀어준다네.

 

烏飛梨落破蛇頭 오비이락파사두

蛇變爲猪轉石雉 사변위저전석치           

 

雉作獵人欲射猪 치작엽인욕사저

道師爲說解寃結 도사위설해원결

 

이것이 우리가 너무도 자주 인용하는 "오비이락(烏飛梨落)"의 원래 고사입니다.

 

이 시를 풀어 이야기 하자면,

 

전생에 까마귀 한 마리가 배나무 가지에 앉아 있다가 다른 곳으로 날아가버렸다. 그때 나뭇가지가 흔들리며 다 익은 배 하나가 떨어져서 나무 아래에 있던 뱀의 머리를 부수었다. 이렇게 죽은 뱀은 다시 멧돼지로 태어났고, 까마귀는 죽어서 꿩으로 다시 태어났다. 어느 날 멧돼지가 풀 뿌리를 먹으려고 땅을 파헤치다가 건드린 돌이 꿩에게 굴러 떨어졌다. 그 꿩이 바로 사냥꾼인데, 만일 그가 활로 쏘아 멧돼지를 잡는다면 멧돼지는 다시 환생하며 내생에 사냥꾼을 죽이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활을 버리라 설득하는 것이죠.

 

이렇게 본다면 까마귀가 나는 것과 배가 떨어진 것, 이 둘 사이에는 확실히 인과관계가 있는 것이죠. 사실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여기에는 인과(因果)’라는 말보다는 인연(因緣)’응보(應報)’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연의 인은 어떤 일이 일어난 직접적인 원인이고 연은 그 일이 일어나기 위해 스쳐 지나갔던 간접적인 원인입니다. ‘응보는 그런 인연으로 인한 마땅한 결과를 말하죠. 어떤 일이 일어나려면 이렇게 직접적인 원인과 간접적인 원인이 함께 해야만 한다는 것이니 인연이 닿아 만나게 되었다라는 말이나 부부가 될 인연이었다와 같은 말도 사실 당사자 둘 만가지고는 안되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여건이 연緣이 되어주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인연이란 말은 참으로 소중한 것이고, 심지어는 그래서 오늘 본문에서처럼 삼생(三生)’의 인연이라는 말을 나오기도 하죠.

 

아무튼 오늘의 고사처럼 인과 연은 어떻게 맺게 될지 모르니 가능하면 좋은 인연을 만들기 위해 늘 조심해야겠네요. 특히나 '연'은 간접적이고 '인'보다는 사소하게 여겨거나 무시되는 경우가 많으니 더욱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