以五十步笑百步
이오십보소백보
오십보 도망간 자가 자신은 오십보를 달아났다 하여 백보를 도망간 자를 비웃는다.
(孟子맹자 _梁惠王上 양혜왕상_3章장_2節절)
오십보백보라는 말을 아시죠. ‘도찐 개찐’이라는 말이고, ‘똥 묻은 놈이 겨 묻은 놈 나무란다’는 말이죠. ‘오십보백보’는 원래 맹자, 양혜왕장구상(梁惠王章句 上)편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위나라의 양혜왕은 자신을 찾아 온 맹자와 부국강병에 대해 논합니다. 양혜왕은 주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맹자는 인의로 백성들을 다스려 그들의 선한 본성을 이끌어 내라는 왕도정치를 이야기합니다. 대화 중, 왕은 자신은 정치를 잘하는 것 같은데 백성이 늘어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맹자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지방에 흉년이 들면 백성들을 다른 지방으로 옮겨 살게 할 정도로 내가 이 나라를 다스리는데 마음을 다 쏟아 붓는데, 이웃나라의 왕은 자신처럼 마음을 쓰지 않는데도, 그 나라의 백성은 줄지 않고, 나는 이리도 마음을 쓰는데 내 나라의 백성은 늘지 않으니 이것은 무슨 까닭인가?”
전국시대의 부국강병책에서는 백성들의 숫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통치를 잘한다면 백성들이 늘어나 나라가 부유하고 강해지는 것이고, 통치를 못한다면 백성들이 줄어 다른 나라에 합병되기 쉬웠기 때문이죠. 그러니 혜왕의 고민은 타당하죠.
이 질문에 맹자가 이렇게 답변을 합니다.
“왕께서 전쟁을 좋아하시니, 전쟁을 비유로 들겠습니다. 둥둥 북을 쳐서 싸움이 시작된 후에 한쪽이 불리하여 갑옷을 버리고 병기를 끌고 달아나는데, 어떤 자는 100보를 도망간 뒤에 멈추고 어떤 자는 50보를 도망간 뒤에 멈추고서, 50보 도망간 자가 자신은 50보를 달아났다 하여 100보를 도망간 자를 비웃는다면 어떻겠습니까?”
그러자 양혜왕은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안되지요. 다만 100보를 도망가지 않았을 뿐이지 이 또한 도망간 것입니다.”
그리고 그에 대해 맹자는 다시 이렇게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왕께서 만일 이것을 아신다면 백성들이 이웃 나라보다 많아지기를 바라지 마소서.”
맹자의 답이 이어지는 부분부터 원문은 이렇습니다.
孟子對曰, “王好戰, 請以戰喩. 塡然鼓之, 兵刃旣接, 棄甲曳兵而走. 或百步而後止, 或五十步而後止, 以五十步笑百步, 則何如?” “不可, 直不百步耳, 是亦走也.” 曰, “王如知此, 則無望民之多於鄰國也.”
맹자대왈, “왕호전 청이전유 전연고지 병인기접 기갑예병이주 혹백보이후지 혹오십보이후지 이오힙보소백보 즉하여?” “불가 직불백보이 시역주야.” 왈, “왕여지차즉무망민지다어린국야”
한문독해첩경
맹 맏 맹 성씨(姓氏) 2 자 스승 자 스승 ㅣ ㅣ 3 대 대할 대 대답하다 4 왈 말할 왈 말하다, 일컫다 。 1 왕 임금 왕 임금, 군주 이 이 3 호 좋을 호 2 전 싸움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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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의 대답에서 ‘왕이 전쟁을 좋아하니 전쟁을 예로 들겠다’고 한 것 자체가 혜왕, 나아가 전국시대에 대한 비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전쟁에서는 몇 걸음 달아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달아났다는 사실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죠. 이렇게 본다면 왕이 백성들을 위해 구호책을 쓴다 하더라도 백성을 전쟁에 동원하려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다면, 즉 전쟁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백성들은 진심으로 왕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말하고 있는 것이죠.
맹자(372~289 B.C)는 공자가 죽은 때로부터 150여 년 뒤, 소위 전국칠웅(戰國七雄)의 시대를 살아갔습니다. 맹자하면 ‘성선설’과 ‘왕도정치’라는 말이 떠오르는데, 이 시대를 염두에 둔다면 왜 맹자가 그토록 ‘인간의 본성은 선한 것이고, 백성을 가장 귀하게 여기는 '왕도(王道)정치'를 강력하게 주장했는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전쟁이 일상이고, 제후들은 부국강병을 꾀하던 시대에 이러한 가르침은 시대적 주장은 고난을 해결하는데 이바지 한 것임에 틀림 없었을 것입니다.
앞으로는 몇 차례에 걸쳐 맹자를 읽어 보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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