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짜 월트 휘트먼입니다.^^ 휘트먼의 시는 앞으로 네 편을 소개해 드릴께요. 오늘 제일 먼저 봤으면 하는 시는, “나는 미국이 노래하는 소리를 듣는다 I Hear America Singing”입니다.
제목이 뭔가… 감이 오시나요? 맞습니다. 랭스턴 휴즈가 “I, too, Sing America”를 쓰면서 염두에 두었던 바로 그 시입니다. 답시라고 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암튼 휘트먼이 뭐라고 노래했는지 들어보죠.
I Hear America Singing
- Walt Whitman (1819-1892)
I hear America singing, the varied carols I hear,
Those of mechanics, each one singing his as it should be blithe and strong,
The carpenter singing his as he measures his plank or beam,
The mason singing his as he makes ready for work, or leaves off work,
The boatman singing what belongs to him in his boat, the deckhand singing on the steamboat deck,
The shoemaker singing as he sits on his bench, the hatter singing as he stands,
The wood-cutter’s song, the ploughboy’s on his way in the morning, or at noon intermission or at sundown,
The delicious singing of the mother, or of the young wife at work, or of the girl sewing or washing,
Each singing what belongs to him or her and to none else,
The day what belongs to the day—at night the party of young fellows, robust, friendly,
Singing with open mouths their strong melodious songs.
나는 미국이 노래하는걸 듣는다
- 월트 휘트먼
나는 미국이 노래하는걸 듣는다, 다양한 즐거운 노래를 듣는다.
기술자들은 태평스러우면서도 강해져야 할 때에 저마다 각자 노래를 부르고 있고,
목수는 널빤지와 기둥을 측정해야 할 때 그들의 노래를 부르고 있으며,
석공은 일할 채비를 하거나 일하기를 멈출 때 그들의 노래를 부른다.
뱃사공은 배에서 그가 하는 일을 노래하고, 그 갑판원은 기선 갑판 위에서 노래를 부른다.
제화공은 벤치에 앉아있을 때 노래를 부르며 – 모자팔이 상인은 일어섰을 때 노래를 부른다.
나무꾼의 노래는 아침이나 정오의 휴식 시간 또는 일몰시간에 자기 길을 걷는 쟁기소년의 노래이다.
어머니, 일터의 젊은 아내, 바느질하거나 그릇 씻는 소녀의 감칠맛나는 노래는 각자 그녀들이 하는 일이거나 관련없는 것을 노래한다.
낮에는, 낮과 관련된 일을 노래하고, 밤에는, 건강하고 정겨운 젊은이 한 무리가 입을 크게 벌리고 그들의 선율적인 노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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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읽어보니 어떠세요. 율격이나 운율은 물론, 심지어는 은유, 직유, 비유, 아이러니 같은 수사적인 표현도 전혀 없어요. 한 마디로 우리가 ‘시라면 이래야지’ 라고 생각하는 특징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죠. 한마디로 이건 수필인 거죠.^^ 그런데, 해롤드 블룸(Harold Bloom, 1930~2019)이라는 문학비평가는 휘트먼의 “풀잎 Leaves of Grass” 출판 150주년을 기리며 서문에 이렇게 씁니다.
“만일 그대가 미국인이라면 그러면 월트 휘트먼은 그대의 상상력의 아버지이자 어머니이다. 심지어 그대가, 나처럼, 시를 한 구절도 써본 일이 없더라도. 미국에서 일반문학의 바이블을 뽑으라면 후보작을 꽤 많이 올릴 수 있다. 허먼 멜빌의 모비딕,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핀의 모험, 에머슨의 에세이집과 처세론 등등. 하지만 이 중에서 어떤 것도, 심지어는 에머슨의 글 조차도, “풀잎”의 초판 만큼이나 중요하지는 않다. 우리의 호머요, 우리의 밀튼인, 미국 시인 휘트먼은 새 세계를 위한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https://historynewsnetwork.org/article/13478)
(참고로, 일리아드와 오딧세이를 쓴 호메로스(Homeros, 흔히 호머 Homer라고 부릅니다), 실락원을 쓴 밀튼(John Milton)은 그 동안 우리가 살짝 봤었던 아이네이드(Aeneid)를 쓴 로마의 시인 비르길리우스(Virgilius, 버질 Virgil이라고도 하죠)와 신곡을 쓴 단테와 더불어 세계 4대 서사시인이라고 불립니다.)
대단한 평가죠! 휘트먼의 작품이 미국인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뭐가 그리 대단할까요?
이 시에서 소리 높여 각자의 노래 부르는 등장인물을 보세요. 그냥 철수하고 영희죠. 소재자체가 거창하지 않습니다. 그냥 휘트먼이 주변에서 만나던 사람들이죠. 이들은 너무나 평범해서 대부분의 시인들에게는 영감을 전혀 주지 못했던 그런 소재들이죠. 그런데 휘트먼은 그들을 눈 여겨 보았습니다. 그들이 바로 유럽으로부터 이제 막 독립한 신생 민주국가 미국을 구성하는 주인공들이었거든요. 그들은 (너무 풍요로워서도, 소원을 이뤄서도 아니고) 그냥 자기의 삶의 자리에서 일하며 각기 다른 기쁨의 노래(캐롤)를 부르고 있는데, 이게 바로 휘트먼이 본 미국이라는 나라의 현실이자 동시에 이상이었던 거죠. 바로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은, 직업과 하는 일에 귀천이 없는, 모두가 동등하며 모두가 행복한 노래를 부르는 나라요.
사실 휘트먼은 “풀잎 Leaves of Grass”(1865) 서문에서 “미국이라는 나라는 그 자체가 본질적으로 가장 위대한 시 The United States themselves are essentially the greatest poem”라고 하면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특별하고 위대한 점은” 정부나, 사법제도, 대학이나 교회, 작가나 발명가들, 심지어는 언론에 있지 않고 “거의 언제나 대중들에게 있었다”고 하거든요. 이런 점에서 이 시는 유럽으로부터 독립해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 국가를 수립한 미국과 그 미국을 구성하는 지체들을 칭송하기 위한 시였고, 그런 점을 늘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휘트먼의 시어 역시 엄격한 규칙을 따르는 유럽의 전통적인 정형시의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일반 대중들의 일상 언어를 지향한 것이죠.
새롭게 독립한 미국, 모두가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국민, 그런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부, 그리고 그들이 부르는 즐거운 노래, 그 노래를 담은 (유럽의 전통에서 벗어난) 자유시. 이게 휘트먼이 가지고 있는 정치, 문화, 역사적 의미일 겁니다.
그럼 미국은 지금도 과연 그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일까요?
휘트먼이 노래로 들었던 위대한 미국, 그리고 이 시에는 없지만, 미국의 구성원으로 함께 노래해 온 흑인들의 노래를 들려주는 랭스턴 휴즈. 휴즈가 보기에, 선배 시인이 바라 본 미국이 나가야 할 이상은 자신이 바라 본 미국의 현실과 너무 괴리가 커 참담할 지경이지만, 다시 한번 미국이 어떤 나라가 되어야 하는지를 시를 통해 비전으로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겠죠. 이런 맥락에서 이들의 노래 소리를 찾아 다시 한번 들려 준 뉴욕 타임즈는 선조들이 꿈꿨던 미국사회의 이상을 다시 한 번 미국인들에게 환기시켜준 것이구요. 더 나은 세상을 이뤄내려는 예술가와 언론의 콜라보. 멋지죠! 우리도 이런 콜라보를 좀 봤으면 싶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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