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와 삶

013_I Wandered Lonely as a Cloud by William Wordsworth(1770~1850)

728x90

시는 강렬한 감정이 즉흥적으로 흘러 넘치는 것이다. 이것은 평온함 가운데 기억 속에 떠오르는 감정에서 비롯된다. 윌리엄 워즈워드의 말입니다. 아마 이 견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시 가운데 하나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래서 오늘 함께 읽을, I wandered lonely as a cloud (한국어 번역은 수선화입니다)인 것 같습니다. 이 시를 읽으시며 워즈워드가 느꼈던 평온함 가운데 갑자기 떠올라 흘러 넘친 강렬한 감정을 함께 느껴보세요.

 

I Wandered Lonely as a Cloud

by William Wordsworth

 

I wandered lonely as a cloud

That floats on high o'er vales and hills,

When all at once I saw a crowd,

A host, of golden daffodils;

Beside the lake, beneath the trees,

Fluttering and dancing in the breeze.

 

Continuous as the stars that shine

And twinkle on the milky way,

They stretched in never-ending line

Along the margin of a bay:

Ten thousand saw I at a glance,

Tossing their heads in sprightly dance.

 

The waves beside them danced; but they

Out-did the sparkling waves in glee:

A poet could not but be gay,

In such a jocund company:

I gazedand gazedbut little thought

What wealth the show to me had brought:

 

For oft, when on my couch I lie

In vacant or in pensive mood,

They flash upon that inward eye

Which is the bliss of solitude;

And then my heart with pleasure fills,

And dances with the daffodils.

 

https://www.poetryfoundation.org/poems/45521/i-wandered-lonely-as-a-cloud

 

수선화

-     윌리엄 워즈워드

 

골짜기와 언덕 위를 하늘높이 떠도는

구름처럼 외로이 헤매다가

문득 나는 보았네. 수없이 많은

황금빛 수선화가 크나큰 무리지어

호숫가 나무 밑에서

미풍에 한들한들 춤추는 것을.

 

은하수를 타고 빛나고

반짝이는 별들처럼 잇따아

수선화는 호만의 가장 자리에

끝없이 줄지어 뻗쳐 있었네.

나는 한눈에 보았네. 흥겨운 춤추며

고개를 살랑대는 무수한 수선화를.

 

호숫물도 옆에서 춤추었으나

반짝이는 물결보다 더욱 흥겹던 수선화.

이토록 즐겁던 벗과 어울릴 때

즐겁지 않을 시인이 있을 건가.

나는 보고 또 보았다. 그러나 그 광경이

얼마나 값진 재물을 내게 주었는지

나는 미쳐 몰랐었다.

 

이따금 하염없이. 혹은 수심에 잠겨

자리에 누워 있으면

수선화는 내 마음 속 눈앞에서 반짝이는

고독의 축복.

내 가슴 기쁨에 넘쳐 수선화와 춤을 춘다.

 

번역은 https://vibe.naver.com/track/1850123 에서 가져왔습니다. 다양한 번역을 보고 싶으신 분은 http://www.seelotus.com/gojeon/oe-kuk/poetry/su-seon-hwa.htm 를 참고하세요. 무려 여섯 분의 번역을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이 시는 서정시이며, 8음절의 약강조이고(Iambic Tetrameter), 각운을 매우 잘 지키고 있습니다.

 

시에 쓰인 몇 가지 단어의 선택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1) 수선화의 색은 노랑이지만 굳이 황금빛이라고 표현합니다. golden 밝음, 유쾌함, 숭고함, 풍요로움, 상서로움, 값짐 과 같은 함축적인 의미를 동반합니다. 이런 의미는 3연의 3행에 우리가 만이 보는 gay라는 단어와 매우 잘 호응합니다. (원래 이 단어의 의미는 즐거운, 근심없는, 밝은 색깔의 등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거든요.) 반면에 yellow 부정적인 의미도 많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겁쟁이라고 조롱할 때 쓰기도 하고, 동아시아인들을 모욕적으로 가리킬 때 쓰기도 합니다.

 

(2)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바로 앞에 나오는 host라는 표현은 그리스도교 전통에 익숙한 영어권 사람이라면 heavenly host를 연상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건 예수탄생을 축하하는 유명한 구절인데 우리말로 번역하면 홀연히 허다한 천군이 그 천사와 함께 있어 하나님을 찬송하여 가로되에서 허다한 천군이 바로 heavenly host입니다.

 

(3) 그리고 두 행 아래에 flutter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날개를 펄럭인다는 표현입니다. 이 부분을 이어보면 무리지어 피어난 황금빛 수선화는 마치 날개를 펄럭이는 천군처럼 나를 환영한다는 의미로 까지 읽을 수 있고,

 

(4) 그러면 바로 다음 연에서 하늘의 별과 은하수로 이어지는 심상이 굉장히 자연스러워 지죠. ,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함축적인 의미를 동반함으로써 다음 장면으로의 이행이 비약이 되지 않도록 섬세하고 치밀하게 선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5) 문득(all at once, 1 4)불현듯 떠오르는(flash upon, 4 3. 의역입니다)이라는 표현에서 읽을 수 있듯이 정서는 상당히 수동적입니다. 그래서 시에 대한 이 시인의 입장에 굉장히 충실하죠. 시는 강렬한 감정이 즉흥적으로 흘러 넘치는 것이다. 이것은 평온함 가운데 기억 속에 떠오르는 감정에서 비롯된다.

 

(6) 그런데 화자는 회상을 통해 갑자기 터져 나온 이 강렬한 기쁨이 외로움이 주는 축복이라고 역설적으로 말합니다. 그때는 수선화를 보면서도 그것이 얼마나 나를 풍요롭게 해 주었는지를 거의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이요.

 

(7)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너무 공감이 됩니다. 아주 진부한 표현이지만 지나고 보니 사랑이더라. 그때가 정말 행복했는데.. 어떠세요? ~~ 와 닿죠. 그러니 순간 순간을 잘 담아서 마음 속 사진첩에 고이 간직해 놓으세요. 훨씬 더 먼 훗날 우리의 기쁨의 근원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쓰다 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내일은 굉장히 짧은 시와 짧은 글로 편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

 

https://www.youtube.com/watch?v=d5-KMRUxyug

워즈워드가 수선화에 대한 시상을 얻은 장소인 The Lake District에 대한 짧은 영상과 낭송이 있습니다.

 

워즈워드에 의해 탄생한 이 시는 자체의 생명력으로 많은 다른 예술가들의 창작열정에 불을 지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BtS6rBFM2w    

https://www.youtube.com/watch?v=bvXkV1lUpHw  

https://www.youtube.com/watch?v=aPCtIYH7Gpc  

https://www.youtube.com/watch?v=_i2fgGy_Ws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