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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삶

134_Summum Bonum by Robert Brow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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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우닝 부부의 사랑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쉽게 이루어진 것은 아닐 겁니다. 아마 계속해서 거부했을 엘리자베스를 향해 로버트는 이런 시도 노래하거든요.

 

사랑에 살다 (Life in a Love)

- 로버트 브라우닝

 

나로부터 도망치겠다구?

절대 안 되지 -

사랑하는 이여!

내가 나이고, 당신이 당신인 한

사랑하는 나와 싫어하는 당신

우리 둘이 이 세상에 있는 한,

하나가 도망가면 또 하나는 쫓게 마련이니.

허나 여기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어떠리?

그건 그냥 긴장을 늦추지 말라는 뜻,

넘어져도 눈물 닦고 허허 웃고

좌절해도 일어나 다시 시작한다.

그래서 사랑을 좇다가 삶을 마친다. 그것뿐이다.

 

그대여, 사랑해 주지 않으시렵니까 You’ll love me yet”사랑에 살다 Life in a Love”와 같은 시를 쓰며 사랑에 대한 불굴의 의지를 불사른 브라우닝은 자신이 죽던 해인 1889년에 “Asolando애솔랜도”(1889)라는 시집을 출판합니다. 오늘은 이 시집에 실려 있는 최고선 Summum Bonum”이라는 시를 함께 읽겠습니다.

 

Asolando by Robert Browning

 

"Summum Bonum"

     by Robert Browning

 

All the breath and the bloom of the year in the bag of one bee:

All the wonder and wealth of the mine in the heart of one gem:

In the core of one pearl all the shade and the shine of the sea:

Breath and bloom, shade and shine, - wonder, wealth, and - how far above them -

Truth, that's brighter than gem,

Trust, that's purer than pearl, --

Brightest truth, purest trust in the universe -- all were for me

In the kiss of one girl.

 

https://genius.com/Robert-browning-summum-bonum-annotated

 

Robert Browning – Summum Bonum

All the breath and the bloom of the year in the bag of one bee: / All the wonder and wealth of the mine in the heart of one gem: / In the core of one pearl all the shade and the

genius.com

 

최상의 아름다움

 

한 해 동안의 모든 향기와 꽃은 한 마리 벌의 주머니 속에 있고

한 광산의 모든 황홀과 재산은 한 보석의 가슴 속에 있고

한 진주 속에는 바다의 그늘과 광채가 들어 있다

향기와 꽃, 그늘과 빛---황홀과 재산, 그리고--그것들보다 더 귀한---

진실---보석보다 더 밝은

신의---진주보다 더 맑은

우주에서 가장 찬란한 진실, 가장 순결한 신의는

한 소녀의 키스에 들어 있다

 

피천득 역

 

이 시를 보면 노년의 브라우닝이 얼마나 젊은 영혼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이 라틴어 제목을 최상의 아름다움이라고 번역했더라구요. 글자 그대로 번역하자면, “최상의 선,” 혹은 최고선이라고 해야 하는데 이렇게 번역한 건 아마 시에 대한 해석을 담아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이 표현은 윤리학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용어가운데 하나입니다. (브라우닝이 어떤 생각을 품고 이 제목을 붙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철학자가 최고선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오늘은 그들 중 아리스토텔레스 이야기를 잠깐 할게요. 그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최고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에 의하면, 사람의 행동은 어떤 목적을 지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행위 그 자체는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됩니다. 그런데 많은 행위 가운데, 행위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그런 행위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good”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그러한 한 것들 가운데서도 가장 지고한 것, 모든 행위들이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최고선입니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이 개념에 가장 어울리는 것이 바로 행복이라네요. , 행복이 최고선이라는 거죠.

 

이렇게 보면 아마 브라우닝이 한 소녀의 입맞춤이 자신에게 최고의 선이었다고 노래하는 것은, 그 순간이 가장 행복했노라고 고백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이제 죽음을 앞둔 노시인이 고백한 삶의 정화, 가장 행복했던 순간, “한 소녀의 키스는 아마 젊은 시절 아내와의 수줍은, 그러나 동시에 대담하기도 했을 입맞춤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노년에 죽음을 기다리며 행복의 끊임없는 원천이 되었던 그 순간을 시어로 일반화시킨 것이겠죠. 혹시 시를 읽으며 가장 아름다웠던 그 순간을 다시 회상하시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계시는 분들이 계신가요? 시를 제대로 읽고 계십니다. 시는 경험의 언어이니

 

로버트 브라우닝은 아내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을 먼저 보내고 죽을 때까지 독신으로 살았습니다. 기억만으로도 행복에 잠기는 삶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이 부부의 사랑이 너무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