見利忘義覺時悔
견리망의각시회
이익을 보고 의를 잊으면 깨달았을 때 후회한다.
- 성호 이익의 육회명 중
조선 중기의 실학자 가운데 성호 이익(星湖 李瀷, 1681~1763)이라는 분이 있습니다. 그가 살던 시기, 특히 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 초반 조선의 조정은 당쟁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이 당쟁의 직격탄으로 이익의 부친은 평안도 운산으로 유배를 당했고, 이익은 그곳에서 태어납니다. 그가 태어난 지 일 년 만에 부친은 유배지에서 세상을 떠납니다. 그 후 모친을 따라 경기도 광주로 이주해서 평생을 머뭅니다.
너무 병약해서 글을 배우는 것이 늦었는데 그에게 글을 가르친 이는 스물 두 살이나 연상이었던 셋째 형 이잠이었습니다. 하지만 형이자 스승이었던 이잠은 1706년(숙종 32년)에 노론계 김춘택(金春澤)의 처벌과 국정 쇄신을 요구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노론계의 반발과 숙종의 분노를 사서 곤장을 맞다가 죽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성호는 입신양명을 위한 과거 공부를 그만두고 책읽기와 글쓰기에 전념합니다.
성호는 주자학을 공부한 후 새롭게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성호는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공부하는 내용에 의문을 갖는 것은 지극히 필요한 일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주자의 글도 의심을 하고 주자에게만 매달리던 선대와 당대의 학문 풍토를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이로 인해 성호는 경전에 대해 새로운 관점에서 참신한 해석을 해냅니다. 성호의 말을 한 번 직접 들어보죠.
“주자(朱子) 이후부터 주석(註釋)이 제일 갖춰진 것은 《중용(中庸)》과 《대학(大學)》 두 편만한 것이 없다. 그 중 깊고 먼 뜻은 그만두고 논하지 않더라도 《중용》제19장 주의 ‘빈제자형제지자(賓弟子兄弟之子)’에서 ‘지(之)’자는 바로 ‘제(弟)’자를 잘못 쓴 것이다. 《대학》경(經) 1장 주의 ‘지어지선지지이불천(止於至善之地而不遷)’에서 지(止)자는 바로 ‘지(至)’자를 그릇 쓴 것인데, 지금과 옛날 모든 선비가 모두 보면서도 발견해 내지 못하고서 다만, “한 글자라도 의심스럽게 여기면 망령이고 이것저것 상고하여 대조하면 죄이다.”라고 했을 뿐이다. 주자의 글도 이와 같은데 하물며 옛 경서에 있어서이겠는가? 우리나라 사람의 배움은 노망(魯莽)한 풍습을 면하기 어렵다…”
성호사설_제21권_경사문(經史門)_유문금망(儒門禁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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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성호는 자신의 또 다른 대저서 성호전집_48권_명(銘)에서 구래공(寇萊公)의 ‘육회명(六悔銘)을 언급하며 느낀 바가 있어 이어서 완성하였다고 말하며 여섯 가지의 후회를 덧붙입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行不及時後時悔 행불급시후시회
행동을 제때에 하지 않으면 뒤처졌을 때 후회하고
見利忘義覺時悔 견리망의각시회
이익을 보고 의를 잊으면 깨달았을 때 후회하고
背人論短面時悔 배인논단면시회
남의 뒤에서 단점을 논하면 대면했을 때 후회하고
事不始審僨時悔 사불시심실시회
일을 처음에 살피지 않으면 그르쳤을 때 후회하고
因憤忘身難時悔 인분망신난시회
격한 감정에 나를 잊으면 환난을 당했을 때 후회하고
農不務勤穡時悔 농불무근색시회
농사에 힘쓰지 않으면 수확할 때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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及 급(미치다; 이르다)
背 배(등; 배반하다)
短 단(짧다; 헐뜯다)
面 면(낯, 얼굴; 표정)
審 심(살피다, 주의해서 보다)
僨 분(넘어지다; 실패하다)
難 난(어렵다; 꺼리다; 싫어하다)
農 농(농사)
務 무(힘쓰다; 권면하다)
勤 근(부지런하다; 힘쓰다)
穡 색(거두다, 수확하다)
역시 다시 한번 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 보게 됩니다. 올 한 해 살면서 무엇이 가장 후회되는 일인지… 여러 가지가 떠오릅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큰 이익을 눈 앞에 둔 적이 없어서 그런 일이 없었지만 앞으로도) 이익을 보고 의를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한 구절을 골라봤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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