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와 삶

015_Splendor in the Grass by William Wordsworth(1770~1850)

728x90

어떻게 하면 시를 더 잘 이해하고 음미할 수 있을까요? Sound & Sense: An Introduction to Poetry라는 책의 제 2시 읽기 Reading the Poem에서 저자들은 이렇게 제언합니다.

 

1. 한번 이상 읽어야 합니다. 좋은 시는 한번 만에 그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기는 힘듭니다. 한 읽고 버리는 신문기사 같은 글과는 다르죠. 시는 우리의 마음 벽에 늘 걸어놓고 계속 봐야 합니다.

 

2. 옆에 사전을 놓고 항상 사용하세요.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마치 공이 없이 구기종목을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어휘력을 늘리는데 시는 탁월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3. 단어의 소리를 들으며 읽어야 합니다. 시는 문자로 제시되지만 소리를 통해서도 의미가 전달됩니다. 소리 내어 읽을 수 없는 상황이라도 소리를 죽여 입으로 따라 읽으세요. 일반적인 독서에서는 나쁜 습관으로 취급되지만 시를 읽을 때는 눈으로만 읽는 것보다는 입술로 따라 읽는 게 더 좋습니다.

 

4. 소리를 듣고 운율을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리에 너무 치중해 의미를 놓치면 안됩니다. 시가 말하고 있는 의미에 세세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5. 큰 소리로 읽는 연습을 하세요.

 

5.1. 감정을 넣어 읽되 너무 감정을 과장하지는 마세요. 너무 딱딱하게 읽는 것도, 하지만 너무 극적으로 읽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감정은 이미 시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연기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섬세하게 읽다 보면 절로 드러나게 된다고 하네요.

 

5.2. 너무 빠르게 읽는 것은 지나치게 느리게 읽는 것보다 나쁩니다: 각 단어가 구별되어 들릴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시의 의미에 잠길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천천히 읽으세요.

 

5.3. 리듬이 느껴지게 읽되 율격을 과장하지는 마세요. 강약 혹은 약강의 율격이라 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기계적으로 그렇게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문장이 끝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줄이 바뀌었다면 아주 잠깐이라도 시간의 여백을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자연스럽게 섬세하게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에 숨어있는 정서가 드러난다고 하네요. ^^

 

오늘 소개해 드릴 시는 윌리엄 워즈워드의 Splendor in the Grass초원의 빛입니다. 정서의 분출이라면 역시 낭만주의 시인이 딱이죠.

 

Splendor in the Grass

by William Wordsworth

 

What though the radiance

which was once so bright

Be now for ever taken from my sight,

Though nothing can bring back the hour

Of splendor in the grass,

of glory in the flower,

We will grieve not, rather find

Strength in what remains behind;

In the primal sympathy

Which having been must ever be;

In the soothing thoughts that spring

Out of human suffering;

In the faith that looks through death,

In years that bring the philosophic mind.

 

https://apoemaday.tumblr.com/post/174790509990/splendour-in-the-grass

 

초원의 빛

-     윌리엄 워즈워드

 

한때 그렇게 빛났던 광채가

내 앞에 끝내 사라진다 해도

초원의 광휘롭던 시간이, 꽃의 영광스런 시간이

다시는 되돌려질 수 없다 해도

우리 슬퍼하지 않으리

오히려 그 뒤에 남은 굳건함을 찾으리

지금도 그리고 영원히 존재할

근원적인 연민으로부터,

우리가 고통에서 얻는

따뜻한 위로의 마음으로부터,

죽음까지도 극복할 수 있는 믿음 속에서.

지혜를 깨닫게 하는 연륜 깊은 세월 속에서.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07262125

 

워렌 비티와 나탈리 우드가 주연했던 초원의이라는 영화가 생각납니다. 윌마(나탈리 우드)가 수업시간에 이 시의 일부를 읽고 뜻을 설명하다가 그 의미에 감정이 북받쳐 올라 교실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Though nothing can bring back the hour

Of splendor in the grass,

of glory in the flower,

We will grieve not, rather find

Strength in what remains behind

 

초원의 광휘롭던 시간이,

꽃의 영광스런 시간이

다시는 되돌려질 수 없다 해도

우리 슬퍼하지 않으리

오히려 그 뒤에 남은 굳건함을 찾으리

 

그리고 마지막에 사랑했던 버드(워렌 비티)를 다시 만나고 떠나가는 장면에서 다시 한번 인용됩니다. 버드와 윌마, 둘 다 여전히 서로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지만 살아 갈 날들을 위해 살아 온 날들에 서로의 사랑을 의탁합니다. 차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 아직도 버드를 사랑하는 것 같아?라는 친구의 질문에, 윌마의 대답 대신 앞의 구절이 자막과 함께 낭송되며 영화가 끝납니다. 여운이 참 많이 남았던 것 같아요.

 

유튜브에 올라온 초원의 빛 영화를 링크할게요. 혹시 시간이 있으시면 천천히 보시며 애잔한 추억에 잠겨보세요. 뒤에 표시한 시간은 위에서 언급한 부분입니다.

 

1https://www.youtube.com/watch?v=ihRtDaZraSw  (58:16~1:02:00)

2https://www.youtube.com/watch?v=G1KfkXSRbpQ (51:30~59:40)

 

기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