用志不分 乃凝於神
용지불분 내응어신
뜻을 한 가지 일에 집중하여 꼭 귀신과 다를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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乃 내(이에, 곧; 그래서; 비로소)
凝 응(엉기다; 한데 뭉치다; 모으다, 집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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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구절의 해석은 동양고전DB에서 인용한 것인데 여기서는 凝(엉길 응)을 擬(비교할 응)으로 읽었다고 역주에서 풀이하고 있습니다. 이 번역 이외에도 “사람이 마음의 뜻을 한 곳으로 모으면, 그 사람의 뜻에 神(신)의 힘이 엉긴다”라거나 “뜻(마음)을 씀이 분산되지 않으면 귀신에 비할 만 하느니라”와 같은 번역도 있습니다만 대충 직역을 해 보면 “뜻을 사용하되 분산시키지 않으면 곧 신에게 집중이 될 것이다”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아무튼 본문은 장자_외편_19. 달생편達生篇_3장에 나오는 말입니다. 앞뒤 맥락은 이렇습니다.
“중니仲尼(공자)가 초나라로 갈 적에 어떤 숲 속으로 나가다가 곱사등이 노인이 매미를 마치 물건을 줍는 것처럼 손쉽게 잡는 것을 보았다.
중니가 말했다.
‘재주가 좋군요. 무슨 비결이라도 있습니까?’
노인이 대답했다.
‘비결이 있지요. 대여섯 달 동안 손바닥 위에 둥근 구슬 두 개를 포개놓아도 떨어뜨리지 않을 정도가 되면 매미를 잡을 때 잡는 경우보다 놓치는 경우가 적어지고, 구슬 세 개를 포개놓아도 떨어뜨리지 않을 정도가 되면 매미를 잡을 때 놓치는 경우가 열 번에 한 번 정도가 되고, 구슬 다섯 개를 포개놓아도 떨어뜨리지 않을 정도가 되면 마치 땅에 떨어진 물건을 줍는 것처럼 매미를 잡게 됩니다.
그때 나는 내 몸을 나무 그루터기처럼 웅크리고 팔뚝은 시든 나무의 가지처럼 만들어서 비록 천지가 광대하고 만물이 많지만 오직 매미날개만을 알 뿐입니다.
나는 돌아보지도 않고 옆으로 기울지도 않아서 만물 중 어느 것과도 매미날개와 바꾸지 않으니 어찌하여 매미를 잡지 못하겠습니까.’
공자가 제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뜻을 한 가지 일에 집중하여 꼭 귀신과 다를 것이 없는 사람은 바로 이 곱사등이 노인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동양고전 종합DB
동양고전 종합DB
db.cyberseodang.or.kr
위 사이트의 역주에 오늘 본문 구절에 대해 각각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습니다.
용지불분 用志不分: 뜻을 나누어 쓰지 않음. 곧 뜻을 한 가지 일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임희일林希逸은 “그 뜻을 둘로 나누지 않음이다[其志不貳也].”고 풀이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임희일(1193~1271)은 중국 송나라 시대의 학자로 유교와 불교, 그리고 도교의 삼교통합에 힘쓰며 삼교일치론을 주장한 했고, 오늘 본문과 관련해서는 “장자권재구의莊子鬳齋口義”라는 책을 썼습니다.)
그리고 문제가 되는 뒤의 구절에 대한 역주인데요.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내응어신 乃凝於神: 귀신과 다를 것이 없음. 凝(응)이 疑(의)로 표기된 판본이 있으며, 疑로 표기된 인용문도 있고, 《열자 列子》에도 疑로 표기되어 있다. 林希逸(임희일)이 疑로 표기해야 한다고 한 이래, (여러 사람이)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 凝으로 그대로 둔 채로 疑 또는 擬의 뜻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여기서는 후자를 따라 擬의 뜻으로 번역하였다.
이런 이유로 ‘비교하다’라고 번역을 한 것이라고 하네요.
오늘 구절을 읽으며 ‘무념무상 無想無念,’ ‘전심전력 全心全力,’ 또 ‘정신일도 하사불성 精神一到何事不成’과 같은 표현들이 떠올랐습니다만... 아무 생각없이 무언가에 집중한다는 것이 진짜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요즘은 무언가를 하려면 웬 잡생각이 이리도 많이 나는지… 될지는 모르겠지만 생각을 버리고 무언가에 몰두하는 연습을 해 봐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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