固以樹德 直以立身 空以體道 貞以立志
고이수덕 직이립신 공이체도 정이립지
단단함으로써 덕을 세우고, 곧음으로써 몸을 세우고, 비움으로써 도를 체득하고, 곧음으로써 뜻을 세운다.
(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後集_권5_양죽기養竹記_2절)
송나라의 시인이며 최고의 문장가였던 소동파(蘇東坡 1037~1101)는 ‘녹균헌 綠筠軒’이라는 시의 마지막 구절에서 우리가 어제 읽은 ‘양주학’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시 전문은 이렇습니다.
밥 먹는 데 고기야 없어도 되지만
사는 곳에 대나무 없으면 안 되지.
고기 없으면 사람이 야윌 뿐이지만
대나무 없으면 사람을 속되게 하네.
사람이 야위면 살찌면 그만이지만
선비가 속되면 고칠 길이 없다네.
옆 사람이 이 말을 비웃으며
고상한 듯하면서도 어리석다 하네.
만약 대나무를 대하면서 고기도 먹을 수 있다면
세상에 양주학이라는 말이 어째서 생겼겠는가(世間那有揚州鶴 세간나유양주학)?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284089&cid=40942&categoryId=32895
녹균헌
중국 송나라의 시인 소동파가 지은 시이다. 可使食無肉(가사식무육) 不可居無竹(불가거무죽) 無肉令人瘦(무육영인수) 無竹令人俗(무죽영인속) 人瘦尙可肥(인수상가비) 士俗不可醫(사속불가의)
terms.naver.com
고고함의 상징인 대나무를 속됨의 상징인 고기와 대비시키면서 ‘양주학’이라는 표현을 가져 온 것입니다. 여기선 소동파는 이 두 가지를 한 번에 다 가지려는 것은 욕심으로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를 포기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로 ‘양주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제 우리가 읽은 ‘양주학’이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풍자적으로 이야기해 준 것이라면, 소동파의 ‘양주학’은 선비는 고고한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속된 삶을 살 것인가의 양자택일의 문제로 맥락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죠. 이 둘은 서로 모순관계라 결코 모두를 소유할 수는 없는 것이죠. (역시 의미가 미묘하게 달라지죠.)
그런데 소동파는 왜 사는 곳에 반드시 대나무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일까요? 대나무는 ‘매란국죽(梅蘭菊竹)’의 사군자(四君子) 가운데 하나입니다. 일년 내내 푸르고 또 곧게 자라기 때문에 선비들이 늘 보면서 본받아야 할 식물로 여겨져 왔죠.
오늘은 옛 현인들이 대나무를 어떻게 보았는지를 잘 보여주는 글이 있어 함께 읽어보려고 합니다. 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後集)에 실려 있는 중국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 772~846; 자字는 낙천 樂天)의 ‘養竹記(양죽기: 대나무를 기른 이야기)’의 일부입니다.
대나무는 현자(賢者)를 닮았다. 어째서인가?
대나무는 뿌리는 단단하니 단단함으로써 덕을 세운다(竹本固 固以樹德 죽본고 고이수덕),
군자(君子)는 그 근본을 보면 확고히 서서 뽑히지 않을 것을 생각한다.
대나무는 성질이 곧으니 곧음으로써 자신을 세운다(竹性直 直以立身 죽성직 직이립신).
군자는 그 성질을 보면 가운데에 서서 기울지 않을 것을 생각한다.
대나무는 속이 비었으니 비어 있음으로써 도를 체득한다(竹心空 空以體道 죽심공 공이체도).
군자는 그 속을 보면 곧 마음을 비우고 겸허히 받아들일 방법을 생각한다.
대나무는 마디가 곧아서 곧음으로써 뜻을 세운다(竹節貞 貞以立志 죽절정 정이립지).
군자는 그 절개를 보면 곧 행실을 갈고 닦아 고락에서 한결같기를 생각한다.
이와 같기 때문에 군자들은 대나무를 많이 심어 정원수로 삼고 있는 것이다.
https://m.cyberseodang.or.kr/verbaltrans/classic_view.asp?idx=24881&listLevel=2
한문독해첩경
※ 《고문진보후집(古文眞寶後集)》 검색 및 비교의 목적으로 원문(原文)만 제공됩니다. 우선 기초한문·사서 등 기본서부터 시작하여 각종 학습정보가 구축되고 있습니다. 이용권한이 없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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那 나(어찌하여; 어느)
本 본(근본; 뿌리)
固 고(굳다, 단단하다)
樹 수(나무; 심다; 세우다)
節 절(마디; 요약하다)
貞 정(곧다; 마음이 곧바르다)
대나무처럼 몸과 뜻, 덕과 도를 세우며 한 해를 잘 마무리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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