早植晩登 君子德也 冒霜吐潁 象勁直也 조식만등 군자덕야 모상토영 상경직야
일찍 심어 늦게 피는 것은 군자의 덕이요. 서리에도 상관없이 꽃을 피우는 것은 굳세고 곧은 기상이다.
그제 ‘매란국죽’ 사군자 중에서 대나무에 대한 시를 한 수 읽었으니 오늘은 국화에 대한 글을 읽어보려 합니다. 모든 꽃은 봄에 피는데 비해 오직 국화만은 날이 점점 추워져 가는 가을 날, 서리를 맞으면서도 피어납니다. 이러한 특징이 군자의 절개와 비슷하다고 여겨졌고, 때문에 국화는 한국과 중국 양국의 그림과 시의 제재로 많이 사용되어 왔습니다.
중국 삼국시대의 위(魏)나라의 장군이었던 종회(鍾會, 225~264)는 “국화부(菊花賦)”에서 국화에는 다섯 가지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칭찬을 합니다.
夫菊有五美焉 (부국유오미언)
圓英高懸 準天極也 (원영고현 준천극야)
純黃不雜 后土色也 (순황부잡 후토색야)
早植晩登 君子德也 (조식만등 군자덕야)
冒霜吐潁, 象勁直也 (모상토영 상경직야)
流中輕體 神仙食也 (류중경체 신선식야)
국화에는 다섯 가지 아름다움이 있다.
동그란 꽃이 높이 달린 것은 하늘을 본 딴 것이다.
잡색이 없는 순수한 황색은 땅의 빛깔이다.
일찍 심어 늦게 피는 것은 군자의 덕이다.
서리를 이겨내며 꽃을 피우는 것은 굳세고 곧은 기상이다.
술잔에 가벼이 떠있는 것은 신선의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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夫 부(<3인칭대명사로> 저; 대저, 대체로 보아서; 지아비)
焉 언(어찌; 어디: ~도다!
圓 원(둥글다)
英
懸 현(달다; 매달다)
準 준(준하다; 의거하다)
極 극(극진하다; 다하다)
純 순(순수하다)
黃 황(누렇다)
雜 잡(섞이다)
早 조(이르다; 새벽, 이른 아침)
植 식(심다)
晩 만(늦다)
登 등(오르다)
冒 모(무릅쓰다; 이기다)
吐 토(토하다)
潁 영(강 이름)
象 상(코끼리; 모양)
勁 경(굳세다; 견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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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회에 의하면 국화는 하늘을 본 딴 형태, 땅을 닮은 순수한 색깔, 꽃이 필 때까지 걸리는 기간과 꽃이 피는 시기, 그리고 먹을 수 있는 꽃잎까지… 그냥 다 좋다는 극찬이지요! 이건 무인(武人)의 평가이니 문인(文人)의 평가도 하나 보겠습니다.
조선시대의 문인인 봉암 채지홍(蔡之洪, 1683∼1741)은 봉암집(鳳巖集)_권9_잡저雜著_국설(菊說)에서 국화의 특징을 언급하며 다음과 같이 평가를 합니다.
“무릇 꽃은 모두 봄에 피는데 반해 오직 국화만은 서리 속에서 홀로 핀다. 군자의 절개가 그것과 비슷하다. (凡花皆春開 而惟菊傲霜雪而孤芳 君子之節似之 범화개춘개 이유국상서이고 군자지철사지) 무릇 다른 국화는 모두 한쪽에 치우친 색깔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오직 황국만은 중앙의 정기를 받았다. 군자의 덕이 이와 같다. 그러니 꽃 가운데에서 어찌 국화를 귀하게 여기지 않을 수 있겠으며, 국화 가운데에서 어찌 황국을 귀하게 여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꽃 가운데에서 국화를 몹시 사랑하고, 국화 가운데에서 황국을 특히 좋아한다. 그러나 국화는 꽃 가운데에서 얻기가 쉽지 않고, 황국은 국화 가운데에서 특히 더 얻기가 어렵다. 여기에서 천하에 소인은 많고 군자는 적다는 것을 알겠으며, 군자 가운데에서 덕을 이룬 사람은 더욱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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皆 개(다, 모두)
惟 유(오직, 홀로; 생각하다)
菊 국(국화)
傲 오(거만하다; 오만하다)
孤 고(외롭다)
芳 방(꽃답다; 향기나다)
節 절(마디; 우뚝하다; 절개)
似 사(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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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전종합DB
db.itkc.or.kr
국화라고 다 같은 국화가 아니고 군자라고 다 같은 군자가 아니라네요.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의 수제자였던 수암(遂庵) 권상하(權尙夏)는 충청도 청풍(淸風)의 황강(黃江) 옆 한수재(寒水齋)에서 살았답니다. 그래서 그의 문하생들을 ‘강문(江門) 제자’라고 하였고, 그 중에서 특히 저명한 여덟 명의 제자들을 ‘강문팔학사(江門八學士)’ 혹은 ‘호중팔학사(湖中八學士)’라고 하였는데, 그 중 하나가 봉암 채지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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