仰不愧於天 俯不作於人
앙불괴어천 부부작어인
우러러 보아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굽어 보아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다. (맹자_진심盡心_상_20)
맹자는 진심편에서 군자가 누리는 세 가지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과연 군자는 어떤 즐거움을 누릴까요?
먼저 부모가 모두 살아 계시고, 형제들에게 사고가 없는 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라고 합니다(父母俱存 兄弟無故 一樂也 부모구존 형제무고 일락야).
다음으로 나오는 것이 오늘 본문으로 삼은 구절입니다. 우러러 보아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굽어 보아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 두 번째 즐거움(仰不愧於天 俯不作於人 二樂也 앙불괴어천 부부작어인 이락야)이라고 하네요. 윤동주의 서시가 생각나는 구절이죠!
그리고 천하의 영재들을 모아 그들을 교육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라고 합니다(得天下英才而敎育之 三樂也 득천하영재이교육지 삼락야).
흥미로운 점은 이 세 가지 즐거움을 말하기에 앞서, 그리고 다 말한 후에 똑 같은 구절을 반복해서 써 놓고 있다는 것인데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군자에게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 하지만 천하의 왕이 되는 따위는 그 안에 들어 있지 않다(君子有三樂 而王天下 不與存焉 군자유삼락 이왕천하 불여존언).”
그러니 본문의 구조는 이와 같은 것이죠.
A – B – C – D – A
즉, A를 앞뒤로 배치하고 그 사이에 세 가지 즐거움을 넣었습니다. 아무래도 반복되는 표현을 강조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 보게 되는데요. 그렇다면 본문은 사실 ‘군자는 이런 것들을 즐긴다’ 라기 보다는 ‘왕 노릇 하려는데 너무 집착하지 마라. 부모와 형제가 무고하고, 내 삶이 떳떳하며, 제자를 가르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 그러니 너무 왕 노릇하려 하지 마라!’ 정도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내가 기쁠 때 같이 웃어주고, 슬플 때 같이 울어주는 부모님과 형제들이 없다면, 부와 권력을 모두 쥐고 있다 하더라도 수단이 떳떳하지 못해 늘 불안하다면, 대단한 업적을 남겼지만 그 뜻을 이어 갈 수 있는 후학들을 기르지 못했다면 굉장히 서글프지 않을까요. 왕처럼 사는 것도 나쁠 것은 없겠으나, 이 세 가지를 소소하게 즐기며 사는 삶도 꽤나 매력적이기는 할 것 같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로 오늘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 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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