鳧脛雖短 續之則憂 鶴脛雖長 斷之則悲 부경수단 속지즉우 학경수장 단지즉비
물오리는 비록 다리가 짧지만 길게 이어주면 걱정하게 될 것이고, 학의 다리는 비록 길지만 그것을 짧게 잘라주면 슬퍼하게 될 것이다. (장자_외편_8.변무騈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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鳧 부(오리)
脛 경(정강이)
雖 수(비록)
短 단(짧다)
續 속(잇다; 계속하다)
憂 우(근심; 근심하다)
鶴 학(학; 두루미)
斷 단(끊다; 결단하다)
悲 비(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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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인위적인 것이 얼마나 바람직하지 않은가를 이야기합니다. 세상이 자연에 법칙에 따라,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 억지로 개입해서 이렇게 저렇게 고치는 것보다 낫다고 하는 것이죠. 이렇게 본다면 사전에 있는 ‘개선’이라는 말이 참으로 무색해지죠.
앞뒤의 맥락을 모두 가져오면 내용은 이렇습니다.
“그러므로 발가락이 붙어 있어도 네발가락이라 생각지 않고, 손가락이 더 있어도 육손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길다고 그것을 여분으로 생각지 않으며, 짧다고 그것을 부족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러므로 물오리는 비록 다리가 짧지만 길게 이어주면 걱정하게 될 것이다(是故 鳧脛雖短 續之則憂). 학의 다리는 비록 길지만 그것을 짧게 잘라주면 슬퍼할 것이다(鶴脛雖長 斷之則悲). 이런 까닭에 본래부터 긴 것을 잘라서는 안 되고, 본디부터 짧은 것을 이어 주어서는 안 되며, 여기에 대해 근심하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생각건대 인의仁義란 사람의 참된 모습이 아니다. 덕을 갖춘 사람이란 얼마나 많은 사람이겠는가.”
공자와 맹자가 그리도 강조한 ‘인’과 ‘의’가 사람의 본 모습이 아니랍니다. 장자가 왜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노자 “도덕경”의 구절들이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합니다.
(여담이지만 장자라는 말이 ‘장자’라는 인물을 가리키기도 하고, 기록한 책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조금 헷갈리죠. 그런데 이런 혼란을 피할 수 있는 명칭도 있습니다. 중국 당나라 현종이 742년, 존경의 의미로 인간 장자를 ‘남화진인’이라고 부르며 장자책을 ‘남화경(南華經)’이라고 부릅니다. 그 이후 이 책은 ‘장자,’ ‘남화경,’ ‘남화진경(南華眞經)’ 혹은 ‘장자남화경(莊子南華經)’이라고도 불립니다.)
大道廢 有仁義, 대도폐 유인의
知慧出 有大僞. 지혜출 유대위
六親不和 有孝慈. 육친불화 유효자
國家昏亂 有忠信 국가혼란 유충신
큰 도가 무너지니 인의(仁義)가 있게 되고,
지혜가 나오니 큰 거짓이 생겨난다.
가족이 불화하니 효도와 자애가 생겨나고,
나라가 혼란하니 충성스런 신하가 생겨난다.
(노자_도덕경_1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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廢 폐(폐하다)
慧 혜(슬기롭다)
僞 위(거짓)
慈 자(사랑; 어머니; 자비; 사랑하다)
昏 혼(어둡다; 날이 저물다; 혼란하다)
亂 란, 난(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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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와 자애가 필요한 이유는 가족이 화합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충성스런 신하와 그렇지 않은 신하를 구분해야 하는 이유는 나라가 혼란스럽기 때문이라는 말은 참으로 공감이 됩니다. 같은 논리로 공맹이 그리도 강조한 ‘인’과 ‘의’가 필요한 것은 큰 도가 무너진 탓이라고 합니다. 이게 무너지지 않았다면 ‘인의’를 따로 구별해서 이야기할 필요조차 없는 사회, 즉 인위가 필요없는 사회란 이야기겠죠.
재고 자른다는 말을 개인적으로 적용해 보면, 내 기준에 맞춰 세상을 바꾸고 고치려 할 필요는 없다는 말로 들립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그렇게 존재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겠죠! 아이 둘이 있는데 공부와는 점점 담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학생의 본문은 공부라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간섭해서 닦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건 아내가 하고 있으니 저는 장자처럼 한 걸음 뒤에서 지켜보면서 아이들의 타고난 본성이 학인지 오리인지, 네 발가락인지 여섯 손가락인지나 잘 살펴봐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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