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素保樸 少私寡欲
시소보박 소사과욕
질박함을 보고 순박함을 지키며, 사사로움을 적게 하고 욕심을 적게 해라.
(노자_도덕경_1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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視 시(보다)
素 소(본디; 바탕; 희다, 질박하다)
保 보(지키다; 유지하다)
樸 박(순박하다; 질박하다; 통나무)
寡 과(적다; 약하다)
欲 욕(하고자 하다; 바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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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도덕경 본문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우리는 ‘도덕경’이 처음부터 하나의 완전한 경전의 형태로 완결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생각 외로 사본이 많이 있고 사본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도덕경’은 ‘왕필본’을 말합니다. 그래서 이걸 ‘통용본’이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1973년 마왕퇴에서 ‘백서본’이 발견되고, 20년이 지난 1993년 호북성 곽점촌에 있는 초나라 고분에서 ‘곽점본’(‘죽간본’ 혹은 ‘초간본’이라고도 불립니다)이 발견이 됩니다. 상식적으로 도덕경의 ‘원문(original version)’이 하나라는 것을 가정한다면, 이 여러 가지 사본 가운데 어떤 것이 가장 원래의 형태에 가까운지를 결정해서 본문을 확정하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 학자들이 사본을 비교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작업을 본문비평(Text Criticism)이라고 합니다만... 아직까지 국내학계에서 ‘노자’나 ‘도덕경’강의로 유명하신 분들은 이 부분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천편일률적으로 왕필의 도덕경을 텍스트로 삼거든요.
도덕경의 여러 판본에 대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사이트 세 개를 소개합니다. 첫 번째는 위키백과사전에 “도덕경_도덕경의 판본” 항목입니다. 판본간의 차이점을 자세하게 비교해 놓았습니다.
도덕경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도덕경》(중국어 간체자: 道德经, 정체자: 道德經, 병음: dàodéjīng 듣기 (도움말·정보), 영어: Tao Te Ching)은 노자(老子)가 지은 것으로 알려진 도가의 대표적인 경전으로 《노자(老子)》로도 불
ko.wikipedia.org
조금 더 전문적인 내용은 “백서 노자:백서본과 곽점본·왕필본의 텍스트 비교와 해석” (이석명 저, 청계출판사, 2003)을 보시면 좋은데, 친절하게도 이 내용을 요약해 놓은 사이트가 있습니다.
http://highjune1.blogspot.com/2014/09/blog-post_5.html
《도덕경》 의 판본과 성립의 역사
《도덕경》 의 판본과 성립의 역사 衍坡 | 2013/10/16 22:06 | 도덕경[노자] 《도덕경》 의 판본과 성립의 역사 -이석명, 〈해제 : 백서본과 곽점본, 그리고 왕필본〉 《백서노자》, 청계출판, 20
highjune1.blogspot.com
마지막으로는 “노자독법’이라는 책을 출판하신 분의 블로그입니다.
이 분은 먼저 간단하게 세 판본의 차이를 도표로 보여줍니다.
이 블로거는 자신의 번역이 ‘왕필주’를 따라간다고 이야기하며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혹시라도 ‘왕필본’이 ‘죽간본’과 다르기 때문에 ‘왕필본’은 틀린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 이 분이 ‘왕필주’를 텍스트로 삼아 번역한 이유를 직접 인용하겠습니다.
“아무튼 노자번역에 있어 통용본이 중요한 이유, 또 통용본을 선택해 번역하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덧붙인다.
노자 도덕경은 크게 곽점본, 백서본, 통행본으로 나뉘는데 현재 고본만 300여종에 달하고 교정본은 3000여 종에 달한다고 한다. 그리고 주석 또한 1,600여 종을 상회하며, 아직도 새로운 번역들이 시도되고 있다. 번역 텍스트는 오랫동안 노자판본으로 애독된 왕필의 통용본(『老子 王弼注』, 華亭張氏本)을 따랐는데, 그 이유는 새로 발견되는 판본이 노자사상의 원형을 암시하는 자료가 될지는 몰라도, 2000년 가까이 통용된 판본이 이미 사상적, 문화적으로 대중들에게 깊숙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현재 발견된 최초의 판본만을 가지고 기존의 연구 성과물을 낭설로 취급한다면, 그것은 후대에 더 이른 최초의 판본이 발견됐을 때 그 자신 또한 낭설이 될 수도 있는 위험이 있다. 노자는 고대의 책이 그러하듯 수천년을 유전하는 동안 첨가와 유실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필자는 그러한 과정 또한 지금의 노자가 있기까지의 튼실한 사상적 나이테라 여기고, 현재까지 가장 널리 통용되고 가장 많은 연구업적을 축적한 금문의 통용본을 저본으로 한 것이다.” [출처] 노자 판본(백서본, 곽점본, 왕필본(통용본))에 따른 번역문제|작성자 나무
https://blog.naver.com/munsachul/140187635884
노자 판본(백서본, 곽점본, 왕필본(통용본))에 따른 번역문제
발견시기 제작연대 특징 백서본 1973년 겨울.중국 남부 마왕퇴에 있는 요양소에서 방공호 파다 고대 한나라...
blog.naver.com
왜 이렇게 복잡한 이야기를 했을까요? 곽점본, 백서본, 그리고 왕필본의 오늘 본문이 서로 조금씩 다르기 때문입니다. 오늘 구절은 ‘곽점본’에서 가져왔구요, 도덕경 19장 전체는 세 개의 사본을 모두 다 소개하겠습니다. 백서본과 왕필본은 대동소이하고 곽점본은 이 두 사본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먼저 곽점본 본문입니다.
絶智棄辯 民利百倍 絶巧棄利 盜賊亡有 絶爲棄慮 民復季子 三言以爲辨不足 或命之 或乎屬 視素保樸 少私寡欲 절지기변 민리백배 절교기리 도적망유 절위기려 민복계자 삼언이위변부족 혹명지 혹호속 시소보박 소사과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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絶 절(끊다)
棄 기(버리다)
辯 변(말씀; 말을 잘하다)
倍 배(곱, 갑접; 더욱)
巧 교(공교하다; 솜씨가 있다; 약삭빠르다; 책략; 작은 꾀)
慮 려, 여(생각하다; 근심하다)
復 복(회복하다), 부(다시)
季 계(계절; 끝; 막내; 젊다, 어리다)
屬 속(무리; 동아리) 촉(잇다; 모이다; 불러 모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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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은 김충렬선생의 것을 가져왔습니다.
“통치자가 지모와 궤변을 부리지 않는다면 백성에게는 백 배의 이익으로 돌아갈 것이요, 교사함과 물질의 유혹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도적이 생겨나지 않을 것이요, 위선하지 않고 이상한 생각이나 꾀를 부리지 않는다면 백성은 다시 어린이처럼 순박함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이 세 마디 말만으로는 백성을 그렇게 되도록 하기에는 부족할 것이다. 그러므로 때로는 명령으로 규제하고 혹은 살피고 헤아려서, 늘 본성을 돌아보고 자연스러운 것을 간직해서 자기를 적게 세우고 욕심을 적게 부리도록 해야 한다.”
백서본 본문입니다.
絶聖棄智 民利百倍 絶仁棄義 民復孝慈 絶巧棄利 盜賊无有 此三言也 以爲文未足 故令之有所屬 見素抱樸 少私寡欲 절성기지 민리백배 절인기의 민복효자 절교기리 도적무유 차삼언야 이위문미족 고령지유소속 견소포박 소사과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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聖 성(성인)
智 지(슬기, 지혜)
慈 자(사랑; 자비; 어머니)
无 무(없다; 아니다)
抱 포(안다; 품다;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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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경 선생의 번역입니다.
“성스러움을 끊고 지혜를 버리면 백성의 이익이 배가 될 것이다. 인을 끊고 의를 버리면 백성이 다시 효도하고 자애할 것이다. 기교를 끊고 이익을 버리면 도적이 사리질 것이다. 이 세 가지 말은 본 받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그 때문에 붙이는 말이 있게 하니 흰 바탕을 드러내고 통나무를 껴안을 것이며 자기를 적게 하고 욕심을 줄여라.”
왕필본 본문입니다.
絶聖棄智 民利百倍 絶仁棄義 民復孝慈 絶巧棄利 盜賊無有 此三者 以爲文不足 故令有所屬 見素抱樸 少私寡欲 절성기지 민리백배 절인기의 민복효자 절교기리 도적유무 차삼자 이위문부족 고영유소속 견소포박 소사과욕
최진석 선생의 번역입니다.
성인이라는 이상을 끊고 지혜로운 자의 형상을 버리면 백성들의 이익은 훨씬 커진다. 인의의 관념을 끊어버리면 백성들은 효성과 인자함을 회복하게 된다. 기교와 이로움을 끊어버리면 도적이 없어진다. 이 세 가지는 모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니 충분치가 않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은 방침을 지키게 한다. 소박함을 견지하고 사욕을 줄여라.
이 번역이든 저 번역이든 소박하게 살면서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가르침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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