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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삶

147_No Man Is an Island by John Don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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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영국 시인 John Donne, 1572~1631)나 홀로 섬인 사람은 없다 No Man Is an Island”를 읽어 볼게요. 사실 이건 시라기 보다는 갑자기 발생하는 사태에 대한 기도 Devotions upon Emergent Occasions”라는 산문집 가운데 명상 17 Meditation XVII” 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시 취급을 하고 있으니 우리도 시라고 생각하고 읽겠습니다. 헤밍웨이의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 For Whom the Bell Tolls”라는 소설 제목의 출처가 바로 이 글입니다. 시처럼 보이게 하려고 대충 연과 행을 나눴지만 원래가 산문이기 때문에 운율 같은 것은 전혀 없습니다.

 

No Man Is an Island 

     by John Donne

 

No man is an island entire of itself;

Every man is a piece of the continent, 

A part of the main.

If a clod be washed away by the sea,

Europe is the less,

As well as if a promontory were:

As well as if a manor of thy friend's

Or of thine own were.

Any man's death diminishes me,

Because I am involved in mankind.

And therefore never send to know for whom the bell tolls;

It tolls for thee.

 

https://allpoetry.com/No-man-is-an-island

 

No Man Is an Island by John Donne

John Donne [1572-1631] was born in London, England. Despite his religious calling (he was Dean of St Paul's Cathedral in London), his poetry is notable for its eroticism and sometimes cynical worldview, as well as for its striking imagery.

allpoetry.com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존 던(John Donne)

누구든 그 자체로서 온전한 섬은 아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전체의 일부이다.

만일 흙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유럽의 땅은 그만큼 작아지며,
만일 갑()이 그리 되어도 마찬가지며
만일 그대의 친구들이나 그대의 영지(領地)가 그리 되어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누구의 죽음도 나를 감소시킨다.
왜냐하면 나는 인류 전체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를 알고자 사람을 보내지 말라!
종은 그대를 위해서 울리는 것이니!

 

http://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I&nNewsNumb=201712100057

 

阿Q의 시 읽기 〈18 〉 존 던의 〈누구를 위하여 종(鐘)은 울리나〉

바다에 섬이 있고, 그 섬에 또 하나의 바다가 있다

monthly.chosun.com

 

존 던은 영국 성공회 사제이자 시인입니다. 그의 영향을 받은 문필가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우선 콜리지는 아예 존던의 시에 대하여 On Donne's Poetry”라는 짧은 시를 쓰기도 했고, 우리가 읽었던 셸리의 사랑의 철학은 존 던의 그림자에 대한 강의라는 시에 있는 구절에서 그 제목을 가져왔습니다. 가톨릭 영성가인 토마스 머튼 신부는 아예 영성에 대한 책을 쓰며 제목을 인간은 섬이 아니다 No man is an island”라고 붙이기도 했습니다.

 

이 글이 속한 명상 17이제 다른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해 부드럽게 울리는 이 종소리는 내게 너도 반드시 죽게 될 거야라고 말해준다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사실 이 글을 쓸 때 존 던은 몸이 굉장히 아파서 죽을지도 모를 지경이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다른 사람의 죽음을 알리는 종소리를 듣고 이게 혹시 다른 사람의 죽음이 아니라 곧 죽을 자신 때문에 울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실 던이 살던 영국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교회의 종을 울렸습니다. 작은 마을이라면 모두가 서로 알고 있었을 테고 그러면 당연히 누가 죽었는지가 매우 궁금해 지겠죠? 대개 노사나 병사라고 본다면 누가 죽었을지 예측도 가능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확실하게 아는 방법은 교회에 가서 누군지 확인하는 것이겠죠. 누가 죽었는지 궁금해 하던 사람들 가운데는 스스로 가지 않고 아이나 하인을 시켜 알아보게 하는 경우도 많았었다고 하구요. 이게 마지막 구절의 배경이 됩니다.

 

사실 본문의 앞뒤 맥락을 보면 너무나 종교적이면서도 은유적이라 직역을 하면 무슨 소리인지 알쏭달쏭합니다. 예를 들면, “만일 누군가 죽으면, 그가 쓴 내용이 책에서 찢겨나가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언어로 번역되고, 사람들이 쓴 모든 내용들은 그렇게 번역된다…. 그리고 그렇게 모든 번역에 하느님께서 관여하신다…. 하느님께서는 흩어진 잎들을 다시 묶어각각의 책을 서로에게 열려있게 될 도서관에 가져다 놓으실 것이다…” 설명을 하면, 사람들은 나이, 질병, 전쟁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죽지만 그 죽음으로 인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더 나은 삶으로 이어지도록 해 주신다. 뭐 이런 내용입니다.

 

하지만 앞뒤 내용을 그만 읽고, (또 지금 우리가 본 부분은 모르는 척 하고) 그냥 본문만 가지고 (맥락없이 간단하게 성찰해) 보면... 인터넷 시대가 되고, 대부분의 우리에게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 되면서 우리 모두가 서로 떨어져 섬으로 사는 듯 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가요?) 하지만 역설적으로 인터넷’(internet)이라는 말 자체가 서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이니어느 때보다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장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그러니 서로에게 너무 무관심하지는 마세요. (사실 우리는 이렇게 SNS로 시를 읽고 쓰며 근황을 주고 받으니 너무나 던의 충고에 충실하고 있는거죠. ^^) 그러니 혹시라도 외로우신 분, 이 시를 읽고 한 번 더 힘을 내세요.

 

또 다른 면에서 보면 사실 이 시는 개인의 자유를 외치며 마스크쓰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 공동체를 위한 연대책임을 외면하는 서양인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강요하고 싶은 시이기도 합니다. 누구도 홀로 섬이 아닌데 나는 건강하니 걸려도 괜찮다는 식의 주장은 참으로 어리석고 이기적으로 들릴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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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존 던의 시는 읽지도 않고 그냥 끝내기가 조금 아쉬워서 벼룩이라는 시의 일부만 볼게요. 이 시에서 화자는 벼룩을 매개로 어떻게 해서든 상대 여성을 유혹하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웁니다. 상상이 되시나요?

 

이 벼룩 좀 보시오. 그리고 이 안을 보고

그대가 내게 허락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하찮은 일인지 깨닫기를.

글쎄 아깐 내 피를 빨아대더니 이젠 당신을 빨아대고 있잖소.

그러니 녀석의 몸 안에선 우리의 피가 뒤섞일 수 밖에요.

이 놈은 구애하기도 전에 냅다 가서 즐기는군요.

이 작은 벼룩 안엔 세 생명이 자리잡고 있잖소.

그 안에서 우린 결혼한 것, 아니 그보다 더하오.

이 벼룩이 곧 당신이고, 나이며, 우리의 신혼침대이며

우리의 식이 치러지는 성전이오.

…”

 

이런 바람기 충만한 시라니시 전체의 내용이 참 낯뜨겁기는 하지만, 벼룩을 소재로 사랑을 갈구하는 시적 상상력, 또 거기서 전개되는 희안하면서도 낭만적인 논리는 역시 시인이로구나 라는 감탄을 절로 나게 하죠.

 

오늘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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