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가 읽을 시는 윌리엄 헨리 데이비스(W. H. Davies, 1871~1940)의 “Leisure 여유”라는 시입니다.
Leisure
by W. H. Davies(1871~1940)
What is this life if, full of care,
We have no time to stand and stare
No time to stand beneath the boughs
And stare as long as sheeps or cows
No time to see, when woods we pass,
Where squirrels hide their nuts in grass.
No time to see, in broad daylight,
Streams full of stars,
Like skies at night.
https://englishverse.com/poems/leisure
Leisure, by W. H. Davies
W. H. Davies Leisure WHAT is this life if, full of care, We have no time to stand and stare?— No time to stand beneath the boughs, And stare as long as sheep and cows: No time to see, when woods we pass, Where squirrels hide their nuts in grass: No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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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
- W. H. 데이비스
무슨 인생이 그럴까, 근심에 찌들어
가던 길 멈춰 서 바라볼 시간 없다면
양이나 젖소들처럼 나무 아래 서서
쉬엄쉬엄 바라볼 틈 없다면
숲속 지날 때 다람쥐들이 풀숲에
도토리 숨기는 걸 볼 시간 없다면
한낮에도 밤하늘처럼 별이 총총한
시냇물을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 장영희 역
런던에 살고 있던 데이비스는 캐나다 클론다이크의 골드 러시에 관한 신문 기사를 읽고 캐나다로 가지만, 28살이던 1899년 3월, 캐나다 온타리오 주, 렌프루(Renfrew)에서 무거운 물건을 들고 화물 열차에 승차하려다가 그의 오른발이 기차의 바퀴 아래에 끼어 부서지는 바람에 한쪽 다리를 무릎 아래로 절단합니다. 그리고는 목발 생활을 하게 되었죠. 그런데 이 사건으로 인해 데이비스는 전문적인 시인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시는 1911년 출판된 “기쁨의 노래와 다른 노래들 Songs of Joy and Others”이라는 시집에 실렸습니다. 장애를 갖고 산지 12년이 지나 출판된 시집이죠. 삶의 여유가 넘쳐나는 귀족 시인이 노래한 것이 아니라 고단한 인생을 살아가던, 예기치 못했던 사고로 젊은 시절 신체적인 장애를 얻게 된 시인이 중년으로 들어서며 쓴 시라 그런지 더 마음 깊숙한 곳을 건드리는 것 같습니다.
바쁜 일상에서 오늘까지 무려 99일 간이나 전혀 낯설기만 한 영시를 읽고 듣고 글로 적어 온 우리에게 이만한 위로가 되는 시를 또 찾아볼 수 있을까요? 모두 여유있는 인생을 살아 보려고 너무 애쓰셨습니다. 100일 시로 인해 실상은 오히려 더 바쁘고 더 분주하기만 했을테지만… 이 100일의 시간이 두고 두고 삶의 여유로 남게 되길 소박하게 바래봅니다. 덕분에 저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모두에게 감사 드립니다.
개인적으로 고백하자면 시를 이리도 가까이에 두고 살아보기는 처음인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제게도 남다른 100일이었습니다. 100일 시를 통해 시가 확실히 제 일상으로 들어온 것 같아요. 언제나 주변을 시인처럼 바라보는 여유도 가져보고 싶고, 또 시인처럼 보고, 듣고, 느끼는 감성도 키워보고 싶은 욕구도 생겼구요. 뭐 이도 저도 아니라면 이후에도 시를 읽으며 시와 더불어 살아가는 습관을 계속 유지해 나가야겠죠. (그러리라 마음을 다져봅니다. ^^)
오늘 하루가 시처럼 쓰여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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