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그의 “논리철학논고 Tractatus-Logico-Philosophicus”(1921)라는 책 서문에서, “이 책은, 그러므로, 생각의 한계를 그리게 될 것이다 아니 생각의 한계라기보다는 생각에 대한 표현의 한계를 그리게 될 것이다 The book will, therefore, draw a limit to thinking, or rather—not to thinking, but to the expression of thoughts.”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책 맨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맺습니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침묵을 지켜야 한다 Whereof one cannot speak, thereof one must be silent.”
시인들이라면 비트겐슈타인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걸어 갈 겁니다. 마치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표현해서 기필코 보여주리라”는 신념을 가지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라고나 할까요? 몇몇 시인들은 그들이 걸어가는 이 길에 대해 넌지시 언급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칼 샌드버그(Carl Sandburg)는 시에 대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시는 육지에 살며, 하늘을 날기 원했던 바다동물의 일지다. Poetry is the journal of a sea animal living on land, wanting to fly in the air.” 또 스티븐 스펜더(Sir Stephen Harold Spender, 1909~1995)라는 영국 시인은 이런 말을 하기도 했구요. “위대한 시는 언제나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너머로 더 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에 의해 쓰여진다 Great poetry is always written by somebody straining to go beyond what he can do.” 그런데 과연 시인들이 한계를 넘어서며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요? 시인들이 궁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실존적 현실 혹은 존재의 본질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선불교에 “지월 指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손가락은 달을 가리킬 뿐이니 손가락을 쳐다보지 말고 달을 보라는 말로, 도구나 수단에 집착하지 말고 진리를 보라는 의미이죠. 하지만 시는 형식 자체가 내용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통합되어 있기에 이런 가르침과는 사뭇 다릅니다. 또 철학이 다루는 주제를 종종 노래하지만 철학과는 다른 방식으로 존재와 현실을 제시하고, 종교적인 듯 보이지만 종교와도 다른 방식으로 삶을 체험시켜 주죠. 무엇보다도, 인간과 더불어 늘 함께 해왔기에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의식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결코 보이지도 않고 느낄 수도 없는 신비로움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뭔가 멋지고 뿌듯하죠? 시와 무려 100일을 함께 하다니…
다만 이런 시를 통해 우리가 다시 보게 된 진리, 우리가 간접 체험한 인생의 참된 모습… 이런 건 아마 각자 살아온 경험에 따라 조금씩, 혹은 상당히 다르겠죠. 그래도, 그렇다 하더라도, 그리고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의에 이른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하더라도, 시를 읽으며 비슷한 공감대를 형성했고, 또 서로에게 전보다 더한 친밀감, 동질감, 인간애를 느끼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고 보람이 있었습니다. 뭐, 시를 읽으며 희로애락을 느꼈던 우리 같은 사람들로 인해, 시인들의 시가 위대한 작품으로 기억되어 온 것이겠죠. 이 시인들이 살아 있었다면 우리에게 대단한 감사를 표현했을 것 같습니다. ^^
개인적으로는 이래저래 너무나 즐겁고 행복하고 유익했고, 앞으로도 계속 유익할 그런 경험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시와 더불어 살아가는 일상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아요.
“위대한 시인들을 갖기 위해서는, 위대한 청중들 역시 존재해야만 한다 To have great poets there must be great audiences too." 월트 휘트먼(Walt Whitman)의 말입니다. 모두가 위대한 청중이셨습니다. 100일간의 여정을 마치며 함께 한 모두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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