心安 茅屋穩 性定 菜羹香 (明心寶鑑_存心 _15)
심안 모온옥 성정 채갱향
마음이 편안하면 초가집도 편안하고 성품이 안정되면 나물국도 향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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茅 모(띠)
屋 옥(집)
穩 온(평온하다) 이 글자는 隱(은, 숨기다)자와 헷갈리네요.
菜 채(나물)
羹 갱(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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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편안하면 초가집도 편안하다.” “성품이 안정되면 나물국도 향기롭다.” 역시 명심보감의 내용은 글자 그대로 바로 이해가 되죠.
그런데 만일 “초가집이 편안하지 않다면” 어떤 상황일까요? 아마도 “마음이 편안하지 않은 상황”이겠죠? 사실 여기서 ‘초가집’이라는 표현은 제유(提喩)적으로 사용된 것이기 때문에 의미로 풀어 번역하자면 ‘불편한 주거환경’ 이나 조금 더 일반화를 시킨다면 ‘불편한 상황’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물국’ 역시 마찬가지구요.) 이렇게 이해한다면 문장이 재미있어지죠! ‘불편한 상황’에서도 ‘편안하게 된다.’ 이건 언어도단이죠. 마치 ‘A는 A이면서 동시에 A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하지만 선인들의 지혜를 형식적이고도 외형적인 논리로만 분석하는 것은 역시 인공지능이나 할 일이고…
여기서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불편한 상황’은 당연히 외적인 조건을 나타내는 것이고, ‘편안하게’ 되는 것은 내적인 상태, 즉 마음이라 읽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럼 모순이 생기지도 않죠. 그런데 이렇게 읽으면 사실 뒤쪽에 들어가는 말은 큰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즉, ‘마음이 편안하면’ ‘초가집’만 편안한 것이 아니라 ‘기와집,’ ‘대궐집,’ 그리고 당연히 ‘궁궐집’도 편안하겠죠. 그러니 아마 이 본문에서는 마음이 편안하기 힘든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이야기한 것이라 볼 수 있겠죠.
원효대사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만들어 낸다)’라는 깨달음이 (한참 생각하고 검색을 해보니 마치 처음부터 내 지식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해골바가지에 담긴 물이라도 마음 먹기에 따라 달콤할 수 있으니… 하물며 멀쩡한 음식인 ‘나물국’에, 멀쩡한 집인 ‘초가집’이야 말해 뭣하겠습니까?
결론을 내자면… 좀 아니 아주 이상하기는 하지만… 육신을 고달프게 해서(?) 마음을 편하게 만드시고, 마음을 편안하게 함으로써 (코로나든 뭐든 힘든 여건에서도) 어디서든 편안함을 누리시고 아무거나 맛있게 드실 수 있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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