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吾物何
비오물하
내 것이 아닌데 어찌 가지겠는가? (명심보감_염의_2)
어제의 본문 바로 뒤에 나오는 고사입니다.
“홍기섭(洪耆燮, 1776~1831)이 젊었을 때 말할 수 없이 가난하였다. 하루는 아침에 어린 계집 종이 기뻐 날뛰며 돈 일곱 냥을 바치며 말하였다.
‘이것이 글쎄 솥 안에 있었습니다. 이 돈이면 쌀이 몇 가마고 땔나무가 몇 바리입니까? 하늘이 내려 주신 겁니다. 하늘이 내려 주신 거라구요.’
공이 놀라서 “이게 어찌 된 돈인고?” 하더니 곧 ‘돈 잃은 사람은 찾아가시오’하고 써서 대문 위에 붙이고 기다렸다. 잠시 후에 유씨라는 사람이 찾아와서 글의 뜻을 물었다. 공이 자세히 내용을 말해 주었다. 유씨가 말하기를 “남의 집 솥 안에 돈을 잃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정말 하늘이 내려 주신 것인데 왜 그것을 갖지 않으십니까?”라고 했다.
공이 말하기를 “내 것이 아닌데 어찌 가지겠습니까(非吾物何)?”라고 했다.
유씨가 꿇어 엎드리며 말하였다.
‘사실은 소인이 어제 밤에 솥을 훔치러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공의 집안살림이 너무도 스산하여 마음이 안되어 솥 안에 돈을 놓고 돌아갔습니다. 지금 저는 공의 청렴하심에 감동하여 제 양심이 움직입니다. 다시는 도둑질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항상 곁에서 모시고 싶습니다. 이 돈은 염려 마시고 받아두십시오.’
공이 돈을 되돌려주면서 말하기를 ‘당신이 착한 사람이 된 건 좋은 일이지만 이 돈은 받을 수 없습니다’라고 하며 끝끝내 받지 않았다. 공은 나중에 판서가 되었다. 그의 아들 재룡은 헌종의 장인이 되었다. 유씨도 신임을 얻어 크게 번창하였고 그 집안도 크게 번창하였다.
홍기섭은 순조 2년(1802년) 27살의 나이로 과거에 급제하고, 형조, 예조, 공조판서를 지낸 인물입니다. 그의 손녀 딸이 헌종의 계비(繼妃)였던 명헌왕후(明憲王后)입니다. 청렴했던 홍기섭의 가문은 이렇게 크게 영달(榮達)합니다.
유튜브에 올라 오는 짧은 영상들을 보면 대한민국은 전세계에서 치안과 양심에 있어서 수위를 차지하는 것 같아 뿌듯하기만 합니다. 지갑이나 핸드폰 뒷주머니에 넣고 다니기. 카페에서 가방, 컴퓨터, 핸드폰 등으로 자리 맡기. 공항에서 여행용 가방으로 버스 줄 서기, 사람들의 양심에 전적으로 맡기는 무인판매점 운영하기, 떨어진 돈 주워주기 등 외국인들은 상상하기 힘든 감탄할 만한 상황이 우리나라에서는 상식으로 통용되고 있거든요. 이런 내용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듯이 옛날 사람들도 명심보감에 있는 이런 글들을 읽으며 알 수 없는 자랑스러움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무튼 이래저래 힘들기는 해도 요즘 대한민국에 사는 것이 너무도 자랑스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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