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 故暴興必不道 早已也
표풍부종조 취우부종일 고폭흥필부도 조이야
회오리바람은 아침나절을 넘기지 않고 소낙비는 한나절을 넘기지 못한다. 그러므로 갑자기 흥한 것은 반드시 도답지 않으니 일찍 끝난다. (노자_도덕경_2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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飄 표(나부끼다; 회오리바람)
終 종(마치다, 끝내다)
朝 조(아침)
驟 취(달리다; 빠르다; 갑자기, 홀연히)
暴 폭(사납다; 난폭하다)
興 흥(일으키다; 시작하다; 창성하다)
早 조(이르다; 이른 아침)
已 이(이미; 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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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들의 깨달음을 실어놓은 벽암록(碧嚴錄)에 운문문언(雲門文偃, 864-949) 선사(그냥 줄여서 운문선사라고 합니다)가 설법을 하는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어느 보름날 운문선사가 대중들에게 설법을 하다가 이렇게 묻습니다. “15일 이전의 일에 대해서는 그대들에게 묻지 않겠다. 15일 이후에 대해서 한 마디 해 보아라.” 그리고는 대중들의 답은 듣지도 않고 자기가 먼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날마다 좋은 날이지(日日是好日)!”
(이건 사실 선사들의 깨달음이니 이걸 가지고 해석을 하고 설명을 하는 것 자체가 깨달음을 얻지 못한 저로서는 불가능한 시도가 될테구요, 다만 오늘 도덕경의 구절을 위해 잠깐 이용해 보려고 합니다.)
대충 보름 후면 추석 일주일 전인데...
코로나로 모두가 힘들었던 작년과 올해를 생각하면, 그리고 코로나가 세계적으로 여전히 쉽게 종식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받아들인다면, 운문선사의 ‘일일시호일’이라는 낙천적인 대답은 전혀 와 닿지를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힘을 낼 수 있는 것은 오늘의 구절처럼 어떤 역경도 평생토록 지속되지는 않기 때문이겠죠. 코로나 역시 회오리바람처럼 또 소낙비처럼 갑자기 흥했으니 어느 날 갑자기 끝나지 않을까요! 전혀 자연스럽지 않고, 전혀 ‘도’답지 않은 것은 자연적으로 소멸하게 마련이죠. 그러니 코로나도 소멸하기는 할 텐데 그게 새해가 시작하면서부터였으면 하는 바람이 클 뿐입니다.
그냥 끝내기가 아쉬워 (사실 아쉽지는 않고 조금 짧은 듯 해서) 조금 더 사설을 덧붙이자면… 사실 소나기가 오면 우산을 들고 가는 것이 맞죠. 하지만 비가 오면 우산이 필요하단 이유로 우산을 늘 가지고 다닐 필요는 없지요. (원 맥락에서는 벗어납니다만) 이게 무위자연으로 이해되는 도교가 늘 ‘인의예지仁義禮智’라는 덕목을 강조하는 유교를 비판하는 이유를 잘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유교는 늘 우산을 지니고 다니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지니까요. 비가 와서 필요할 때만 꺼내 쓰면 되는 거죠. 이게 바로 물이 흘러내리듯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상선약수’의 지혜이자 자세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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