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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삶

021_Azaleas by Kim SoWol(1902~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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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 꽃에 대해 이야기를 한 김에 오늘은 영미시가 아닌 번역시를 소개할까 합니다. 모든 번역이 다 어렵기는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영역을 꼽으라면 그것은 아마 번역일 것입니다. 문화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언어를 가장 높은 수준까지 끌어 올려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단순한 의미 전달에서 그치면 안 되고 소리, 나아가 사회, 문화적 함축까지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런 번역은 사실 어마어마한 각주나 미주를 동반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합니다. 번역이 아니라 방대한 분량의 논문이 되고 말죠. ^^

 

소월의 진달래20개가 넘는 번역이 존재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오늘 이 많은 번역들 가운데 안선재 선생의 번역과 데이비드 맥캔(David R. McCann) 교수의 번역 두 개를 올립니다.

 

Azaleas 

 

When you turn away from seeing me

and go,

gently, without a word, I shall send you away. 

 

From Mount Yak in Yongbyon, 

Azaleas I shall gather an armful and scatter them

on your way.  

 

Step after step away 

On those flowers placed

before you, press deep, step lightly, and go. 

 

When you turn away from seeing me and go,

though I die, no, not a single tear shall fall.

 

-     Trans by David R. McCann from http://annals.yonsei.ac.kr/news/articleView.html?idxno=1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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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aleas

 

When seeing me sickens you
and you walk out
I'll send you off without a word, no fuss.

Yongbyon's mount Yaksan's
azaleas
by the armful I'll scatter in your path.

With parting steps
on those strewn flowers
treading lightly, go on, leave.

When seeing me sickens you
and you walk out
why, I'd rather die than weep one tear.

 

-     Trans. by Brother Anthony of Taize(안선재)

 

한글 번역은 따로 하지 않겠습니다.

 

안선재와 데이비드 맥켄, 두 분은 번역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단어 하나를 선택할 때도 신중에 신중을 더 했을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분들의 번역에 대해서는 소월을 사랑하는 한국인으로서 말할 수 없는 찬사를 보내드립니다.

 

역자들을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데이비드 맥켄교수는 하바드 대학교의 한국 문학 교수로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기여한 공로로 2004년에는 만해대상을, 그리고 2006년에 정부로부터 문화훈장을 받은 이력이 있습니다. 안선재 교수(Brother Anthony of Taize)는 영국 출신, 가톨릭 예수회 수사로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며 30편이 넘는 한국문학을 번역해 영미권에 소개해 왔습니다. 그리고 1994년에 한국인으로 귀화합니다.

 

이 두 분처럼 두 언어에 탁월한 역량을 갖추고 있고, 두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있어서, 번역에 따르는 제반 문제점을 충분히 의식했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번역을 한다고 해도, 번역 자체가 가지고 있는 한계로 인해, 부분적으로 혹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번역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우리가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위에 소개해 드린 두 번역을 소월의 진달래 꽃을 모른다는 전제로 다시 한국어로 번역해 보면 아주 재미있어 집니다. 순수하게 재미로 두 분의 시를 뭉뚱그려서 부분 부분 번역해 보겠습니다.

 

그대가 간다면

말없이 보내줄 것이야

그대가 가는 길에 뿌릴 것이야

기왕에 떠나가는 발걸음이니

가볍게 밟고 떠나시게나.

비록 내 죽는 한이 있더라도

한마디도 하지 않음세

 

어떠세요. 이건 마치 미스터 션샤인 속 주인공 애신의 대사처럼 귀에 들리네요. ^^

 

로버트 프로스트가 시에 대해 한 말이 많은데 그 중 한 구절을 빌려 포스팅을 마칠께요.

 

"Poetry is what gets lost in translation 시는 번역하다 놓치게 되는 (바로 그)것이다.